대전 시티즌 프로축구 첫 흑자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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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K-리그 올 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린 지난 1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성남 일화를 3-2로 꺾은 대전 시티즌 선수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구단 깃발을 앞세워 경기장을 돌았고, 1만8천여 홈 관중은 열렬한 환호와 박수로 이들을 격려했다.

대전 구단 직원들은 "사실상 올 시즌 우승팀은 우리"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물론 성남이 우승했지만 대전은 홈 평균 관중(1만9천82명), 홈 승률(77.3%.14승6무2패)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12개 팀 중 6위에 오른 것도 창단 이후 최고 성적이다.

지난해 1승만을 거둔 꼴찌팀, 올해 초까지만 해도 공중 분해될 위기에 처했던 대전의 화려한 부활을 진두 지휘한 김광식(59)사장은 "열성팬들이 고마울 뿐이다. 축구를 통해 대전 시민이 하나될 수 있었다는 게 무엇보다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단장을 역임한 김사장은 올해 초 최윤겸 감독에게 "원정경기에서는 전패를 해도 좋다. 대신 홈에서는 승률 7할 이상을 올리라"고 지시했다.

김사장은 대전시와 향토 기업체를 찾아다니며 부지런히 운영자금을 모았다. 대전시는 유니폼에 '대전 사랑'이라고 새기는 조건으로 10억원을 지원했고, '시민구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수많은 시민과 기업체가 십시일반으로 도와줬다.

구단은 공짜표를 추방하는 한편 다른 구장에서 5천~7천원 하는 일반석 입장료를 파격적으로 1만원으로 올렸다. 시즌 티켓(홈 22경기 관람권)도 3천장이나 파는 등 올 시즌 입장료 수입만 16억원을 넘겼다. 올해 55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구단은 연말 결산 때 수억원가량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국내 프로구단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대전=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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