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2006년 이전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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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한.미가 용산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해 심각한 갈등 양상을 드러냈다.

양국은 회담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 '양 장관은 이번 SCM 이전에 합의를 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유감 표명'문구는 미측이 강력히 요구해 삽입된 것으로 공동성명에 이 같은 문구가 포함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당초 조영길(曺永吉)국방부 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이번 SCM에서 용산기지 이전을 비롯한 주한미군 재배치, 군사 임무 전환 등 다섯차례에 걸쳐 '미래 한.미 동맹 정책구상'협의에서의 논의 사안을 정리한 합의문에 서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양측이 이번 회담 전 협상에서 한미연합사(CFC)와 유엔사령부(UNC) 등 용산기지 잔류 부대의 부지 면적을 놓고 팽팽히 맞서는 바람에 한.미 국방장관들이 서명할 합의문조차 만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제와 관련, 정부는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해 17만평 이내로 확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미측은 최소 28만평 이상을 요구하면서 "한국 측이 요청한 부지를 제공하지 못할 경우 한미연합사와 유엔사도 오산.평택으로 이전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한미연합사와 유엔사의 용산 잔류는 당초 우리 측이 요청해 논의해 온 사안이다.

미측은 또 주한 미대사관 숙소 부지로 사용하고 있는 8만평도 당분간 반환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청해 협상은 전혀 진전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양국은 이 문제 때문에 올해 끝내기로 했던 '미래 한.미 동맹 정책구상'협의를 내년까지 지속키로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이에 따라 용산기지 이전의 법적 체계로 불평등 지적을 받아 온 합의각서(MOA)와 양해각서(MOU)를 대체할 '포괄협정'이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될 가능성이 희박해졌으며, 2006년으로 못박은 용산기지 이전도 시기 내에 완료될지 불확실해졌다.

한편 양국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고 "한.미 동맹은 동북아와 아시아.태평양 전반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혀 주한미군이 대북 억지 임무에서 동북아 신속기동군으로서 한반도 이외 지역의 임무에도 투입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 밖에 양국은 '10개 군사 임무 한국군 이양'과 '주한미군의 한강 이남 2단계에 재배치' 등 기존에 합의한 내용 등은 올해 다섯차례 진행된 '미래동맹 정책구상 협의'에서 합의한 대로 추진키로 재확인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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