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휴전선 100Km 밖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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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에서 열리는 35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는 이라크 파병, 용산기지 이전,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를 비롯한 양국 간 동맹관계의 전반을 다룰 예정이다.

올 초부터 다섯차례 열린 한.미 미래동맹 정책구상회의에서 양국이 논의한 현안들에 대해 양국 국방장관이 마무리 조율을 벌인 뒤 결과를 공동 성명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라크 파병의 규모와 시기를 둘러싸고 양측의 입장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아 합의 도출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시간 동안의 단독 회담과 30분간의 확대 회담에서 현안을 말끔히 처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용산기지 이전=한.미 미래동맹 정책구상회의에서 2006년까지 오산.평택 지역으로 이전하는 원칙에는 합의했다. 30억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이전 비용도 한국이 모두 부담하는 쪽으로 정해졌다.

그러나 부지 반환 규모를 둘러싸고 막판에 돌발변수가 생겼다. 미국 측이 잔류 부지로 요구해온 28만평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유엔사와 한미연합사를 모두 오산.평택으로 옮기겠다는 입장을 최근 제시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요청에 따라 7천명에 이르는 유엔사.연합사의 미국 측 인원 중 1천여명을 용산기지에 잔류시키겠다고 해온 미국 측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라크 추가 파병에 화끈하게 호응하지 않고 있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불쾌감의 표시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16일 "SCM에서 협의해 봐야 하겠지만 현재 분위기는 유엔사.연합사 모두 내려가는 쪽"이라고 말했다.

이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주한미군은 군사분계선(MDL)에서 1백km 이상 떨어진 곳에 자리하게 된다. 북한의 장사정포가 미치지 않는 오산.평택으로의 이전은 우리 국민의 대북 안보 불안감을 부추길 수 있다. 또 유사시 한.미 간의 긴급 안보 협의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 국방부는 촉각을 곤두세운다.

◇미 2사단 재배치와 임무 이양=한강 이북의 미 2사단 예하 군소기지를 2006년까지 의정부.동두천 지역으로 합친 뒤 한반도 안보 정세를 고려해 적절한 때 오산.평택으로 옮긴다는 데는 합의가 이뤄졌다. 또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에 대비한 미군의 대(對)화력전 임무를 2005년 8월부터 평가를 통해 한국군에 단계적으로 넘기는 등 10개 특정 임무 이양 방안에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 회의에서 미국 측이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이나 감축 등 보다 큰 틀에서의 미군 재배치 구상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13일 미군 재편과 관련, "예비적 결론에 도달했으며 한.일 등 아시아 주둔 미군의 구조와 기지를 변화시키기 위한 아이디어를 실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예고한 때문이다.

이 같은 미국 측의 분위기에다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 파병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의 시각차가 난마처럼 얽힐 경우 해법 도출이 더욱 꼬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오영환.이영종 기자<hwasan@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kgbo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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