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권하는 사회… 작년 1인당 소비량 90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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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1인당 연간 소주 100병 소비시대'가 곧 다가올 듯 하다. 25일 대한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만 20세 이상 성인 한 사람 당 소주 90병을 마신 것으로 집계됐다. 2001년 80병대를 넘긴 이래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전체 소주 판매량도 지난해(1억848만 상자, 한 상자 당 360㎖ 30병)는 2005년(1억167만 상자)보다 6.7% 늘었다. 소비위축으로 위스키 수요가 준 데다 소주업체마다 알콜 도수 20도 이하의 순한 소주 마케팅을 벌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원래 소주는 대표적 불경기 상품이다. 업체별로는 명암이 엇갈렸다. 10개 소주회사 중 두산과 선양 만이 시장점유율을 늘리면서 약진했다.

◆ 지방 소주, 서울 넘본다=요즘 대전.충남에 기반을 둔 선양의 김광식 사장은 서울 출장이 잦아졌다. 다음달 '맑은린'(20도) 소주를 서울에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숲속 산소를 주입하는 공법으로 만든 이 소주는 지난해 대전.충남에서 1억 병이 팔려 4년 만에 지역 시장점유율 1위를 되찾게 했다. 대구의 금복주는 17일 수도권을 겨냥한 '더 블루'를 선보였다. 알콜 도수가 17.9도에 불과해 순한 소주 전쟁의 극치를 보여줬다. 회사 관계자는 "고급 브랜드를 만들 때 쓰이는 냉동숙성여과 공법으로 깨끗하고 부드러운 맛을 살렸다"고 소개했다. 선양.금복주 외에 대선주조(부산).무학(경남 마산) 등 지역 시장을 50% 이상 장악한 지방 소주가 늘면서 이들이 서울로 치고 올라오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 더 치열해질 진로.두산 각축전=진로는 지난해에도 전국 시장점유율 절반을 넘겨(52.3%) 건재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2005년보다 3.3%포인트 줄어든 것. 그 틈새를 두산이 치고 들어갔다. 두산 '처음처럼'의 점유율은 9.7%로 전년(5.3%)에 비해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수도권에서도 2005년 진로와 두산은 각각 92.7%대 6.1%였으나 지난해 83.7% 대 15.2%로 격차가 좁혀졌다. 두산은 여세를 몰아 올해 전국 15%, 수도권 30%를 목표로 잡았다. 그러나 진로 관계자는 "두산이 지난해 말 출고가를 740원에서 770원으로 올리면서(진로 출고가는 800원) 일부 사재기 현상이 빚어졌다"며 "올해는 시장점유율을 더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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