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시조-들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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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그들은 결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긴 겨울의 등뒤에서 칼을 뽑지 않았다.
피 묻은 죽창 앞에서
붉은 완장을 차지 않았다
이웃들은 비둘기와
저문 해를 따라가고
인민군의 따발총이
먼 교회 종을 울릴 때
황토를 어루만지며 다만
마의 태자를 노래할 그뿐
그들은 결코
소리치지 않았다.
시퍼런 양낫 앞에서 부르르 떨지 않았다.
밀고의 긴 혀를 뽑아
강을 건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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