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설렁탕<서울 잠실본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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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30년을 넘게 대학에서 선생노릇을 하다보니 이제는 서울시내 뿐만 아니라 지방에 가 깅의하는 경우가 많다. 역시 우리나라는 금수강산이라 일컬어져왔듯 고장마다 생활에 멋이 있고 맛있는 음식도 많은 것 같다.
아직도 광주와 부산에서 맛본 추어탕 맛을 잊을 수 없다. 대구 근교의 경산에서 대접받은 염소불고기도 일품이었다.
그러나 바쁜 일정에 쫓겨 빨리 식사를 마치기 위해서는 번거로운 음식점보다 설렁탕이나 곰탕을 먹는 경우가 많은데 전주의 법원 뒷골목에서 먹은 설렁탕은 여러 곳에서 설렁탕 맛을 본 필자의 입맛에 딱 맞는 맛이었다.
이젠 필자도 오랜 강북 생활을 청산하고 강남에 살고 있다. 아직도 궁기를 벗지 못해 그런지 강남의 이름난 요란한 음식점보다는 값싸고 실속있는 곳을 찾는다. 학생들과 등산을 마치고는 이곳 저곳을 둘러본 적이 있다.
그중 마음에 들고 값도 싼 곳이 바로 필자가 근래 자주 다니는 「전주설렁탕집」이다.
다른 것도 좋지만 특히 설렁탕이 일품이다. 오래 끊인진국외 설렁탕을 또다시 .따뜻하게 을에 데워 잘 익은 빗깔나는 김치와 겉들여 먹는 맛은 등산이나 운동 후 빼 놓을 수 없는 필자의 식도락이 되어버렸다.
알고 보니 전주에 내려가 맛있게 먹었던 바로 병원뒷골목에 사리 잡은 전주실렁탕집에서 일하면 사람들이 서울에 와서 하는 곳이었다.
특히 이 집의 김치와 깍두기가 좋다. 잘 익은 젓갈을 끓여 남근 김치는 비린내도 나지 않기니와 설렁탕에 곁들여 먹으면 유별나게 맛을 더해준다. 좀 호기를 부려 수육을 한접시쯤 곁들여 2∼3명이 소주를 마시기에도 좋은 곳이다.
맛도 좋거니와 부담도 적다. 설렁탕은 1인분에 3천원, 수육은 작은 것 1만원·큰 것은 1만5천원으로 2∼3명이 2만∼3만원이면 충분히 만족스럽게 먹을 수 있다. 다른 강남의 이름난 음식점보다 값도 훨씬 싸지만 영양면에서 볼 때 손색이 없고 담백해 서울사람 입맛에도 딱 맞는다. 딸려 나오는 반찬은 별로 없지만 빨리 맛있는 음식을 값싸게 즐기기엔 이 집만한 곳도 드물리라 생각한다. 지하철로 간다면 종합운동장과 신천역의 중간쯤에 있는 먹자골목 안에 있다. 한번쯤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412)7495. 【허정<서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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