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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카자흐 한인들의 恨 느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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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고통과 아픔을 꿋꿋이 참아낸 한인들의 삶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 전시회가 카자흐스탄 한인들의 생활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해요."

지난 12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사진으로 보는 한인 이민사와 카자흐스탄'을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하는 사단법인 '한.카자흐스탄 친선협회'의 이옥련(58)회장의 바람이다. 李회장은 "이번에 선보이는 사진들은 한.카자흐 친선협회.고려인협회.카자흐스탄 한국학센터 등이 소장해온 것들"이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한국이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경제.문화 교류를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진전에는 사진 1백40점과 영상물 등이 전시된다. 관람객들은 연해주에 한인부락 '신한촌'이 형성된 1910년대 이후 시기별로 한인들의 생활.문화.독립운동 활동뿐 아니라 카자흐스탄의 사회상까지 엿볼 수 있다.

출판사를 경영해온 李회장은 1992년 우연히 학술교류 행사차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해외 한인 동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93년 봄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을 때 고아원을 찾았어요. 거기서 만난 한인 어린이들이 너무 불쌍해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어요. 그때 해외 동포에 대한 고국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느꼈죠."

그는 94년 6월 한.카자흐 친선협회를 설립했고, 97년에는 카자흐스탄에 한국학센터를 세우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국내에서 옷과 장남감을 모아 카자흐스탄 동포에게 전달했고, 현지 한인들을 국내로 초청해 언어연수와 관광을 시켜주기도 했다.

현재 카자흐스탄에는 11만여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 이들은 37년 9월 소련의 스탈린 정권에 의해 '일본 간첩활동 방지' 명목으로 연해주 지역에서 강제 이주를 당한 한인 동포들의 후손이다.

"당시 강제 이주당한 한인들은 약 18만명으로 낡은 화물 열차에 짐짝처럼 실려 중앙아시아 황무지에 버려지다시피 했습니다.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이주하는 동안 1만여명이 목숨을 잃었죠. 정착 초기에는 기거할 곳이 없어 토굴을 파고 살아야 했습니다. 후손들이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던 선인들의 삶과 숨결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李회장은 "현지 동포들은 한국 전통음식에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 카자흐스탄에서 음식 만들기 행사를 열고, 현지에 있는 낡은 한인 이주 기념관을 현대식으로 단장하겠다"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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