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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실 난투' 경관 2명 영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서울 남부지검은 24일 성인오락실 업주와 종업원들에게 감금된 피해자들을 구출하다 종업원들과 집단 난투극을 벌인 영등포경찰서 염모 경사와 박모 경장에 대해 경찰의 직위를 남용해 과잉 진압한 혐의(독직폭행)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염 경사 등은 6일 경기도 안양의 성인오락실에서 업주 김모(48)씨 등 4명이 상품권을 환전하러 온 권모(37)씨 등 4명을 가두고 폭행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피해자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야구방망이와 당구 채 등 규정에 어긋난 둔기로 때린 혐의다.

이에 대해 경찰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폭 출신과 전직 프로레슬러가 덤비는데 막무가내로 당하기만 하란 말이냐"며 "신분도 확실하고 도주 우려도 없는데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경찰더러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현재 경찰에서 남부지검 직원을 수사 중인데, 이를 압박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경찰의 항변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CCTV를 분석한 결과 오락실 종업원이 항거 불능 상태가 된 후에도 야구방망이로 때리는 등 죄질이 나빴다"며 "검찰 직원 수사 운운하는 것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어떤 사건이었나=경기도 안양의 성인오락실에서 업주 김씨 등이 상품권을 환전하러 온 권씨 등 4명을 13시간 동안 가둔 채 폭행했다. 이에 신고를 받은 경찰관 5명이 출동해 평소 승용차에 싣고 다니던 야구방망이와 당구 채를 들고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나 인질범의 숫자가 7명으로 경찰관보다 많았고, 각목 등을 휘두르며 거세게 저항하면서 10여 분간 난투극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인질범 3명이 도망쳤고, 민모(31) 경장의 갈비뼈가 부러지고 허모(46) 경사가 얼굴을 심하게 다치는 등 경찰관 4명과 업주와 종업원 등 4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에 붙잡힌 후 김씨 측은 변호인을 통해 검거 장면이 담긴 오락실 CCTV 화면을 언론에 공개하며 "경찰이 과잉 진압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김씨 측은 진압을 나왔던 경찰관 5명을 검찰에 고소했고, 이날 두 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CCTV 공개 당시 과잉 진압 논란이 일자 이택순 경찰청장은 8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경찰관의 성인오락실 단속 의욕이 넘친 것이 사실"이라며 "소속 경찰서에 보고하지 않았고, 야구방망이 등 규정에 어긋난 장비를 사용한 점 등 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만큼 철저한 감찰을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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