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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에 소비자 화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인터넷에서 현대차 불매운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17일 한 네티즌의 제안으로 시작된 불매 서명운동에는 24일 오후까지 3만3000여 명이 동참했다.

인터넷 서명운동 중 가장 빠른 속도다. 다음의 서명자 수 1위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서명운동(18만 명 참여)은 3만 명 돌파에 24일이 걸렸고, 2위인 여성부 폐지 서명(11만 명 참여)은 3만 명을 넘기는 데 6개월이 걸렸다.

서명에 참여한 네티즌들은 현대차 회사 측이 노조의 요구인 성과금을 격려금으로 이름만 바꿔 지급하기로 한 것을 두고 "또 차 값 올려서 소비자를 우려먹을 속셈이냐"며 성토했다. "파업을 밥 먹듯이 하는 귀족노조나 거기에 야합한 경영진이나 모두 똑같다"(아이디 수기), "18년 동안 현대차를 탔지만 앞으론 절대 안 탄다"(최윤식)는 등의 글도 잇따라 올랐다. 많은 네티즌은 "국내차 시장이 사실상 현대차 독점구조여서 현대차 노사가 이 같은 한심한 행태를 되풀이하는 것"이라며 "수입차 시장을 완전 개방해 현대차에 본때를 보여주자"고 주장한다. 다음 측은 21일 별다른 설명 없이 서명코너를 삭제했다 "현대차의 로비를 받고 내렸느냐"는 네티즌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이틀 뒤 서명 코너를 복구했다.

불매운동은 일선 현대차 영업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영등포 지역의 한 대리점 직원은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뒤 '파업기간 중 만든 차는 못 믿겠다'며 계약을 취소한 고객들이 있었다"며 "영업직은 한 대라도 더 팔아보려고 밤낮없이 뛰는데 노조와 회사는 고객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는 이번 불매운동을 새로운 현상으로 보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의 김진희 실장은 "제품 불량처럼 직접적인 피해가 아닌 과도한 노조활동에 대한 불만이 불매운동으로 표출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전희경 정책실장은 "노사관계에서 소비자가 제3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노사 양측이 소비자에게 사과하고 자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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