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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은행 하나은행 개점 코앞 난제 첩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하나은행·보람은행, 오는 7월과 9월에 각각 문을 열 「단자은행」들의 새 이름이다.
단자업계의 최선발주자로 올해 꼭 스무 살이 되는 한국투자가 하나은행으로, 역시 선발 단자사이며 올해 열아홉 살인 한양투자가 신설단자인 금성투자와 함께 보람은행으로의 「변신」을 위해 요즘 주말도 잊은 채 준비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간판만 바꿔 단다고 하루아침에 은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시일 안에는 다시 쉽사리 열릴 것 같지 않은 은행설립의 문호가 빠끔히 열리자 이 기회를 놓칠세라 틈새를 어렵사리 비집고 드는데는 일단 성공했어도 단자와 은행은 동네 구멍가게와 대규모 유통체인 만큼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고쳐나가야 할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닌 우리의 금융풍토에서 은행의 명함을 새로 내민다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외풍」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과 같다.
벌써 은행원이 되기도 전에 단자 시절의 고 임금이 자칫하면 깎일지도 모를 고비를 넘기고 있고, 점포와 기구·인원을 늘리자니 별로 반갑지 않은 관계당국의 「외부사람」을 웃으며 받는 시늉도 내야하며 고 수익 상품으로 지켜오던 단자 시절의 수신고를 계속 유지하자니 처음부터 은행의 주된 영역이 아닌 「신탁」위주의 영업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등 어려움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바쁜 한숨」들이다.
또 당장 발등의 불은 은행업무의 전산망을 갖추는 것인데 기계야 두 은행 다 IBM의 컴퓨터를 50억 원 남짓 씩 주고 사다 놓았으나 소프트웨어만큼은 당장 어쩔 수가 없어 하나은행은 상업은행의 것을 약 5억 원에, 보람은행 역시 비슷한 값에 외환은행의 것을 사다 쓰기로 한 상태.

<새 상품 엄두 못 내>
그러니 당국의 규제나 금리자유화의 미비 등은 둘째치고 은행의 첫째가는 간판이 돼야 할예·적금 등 참신한 「금융상품」의 개발은 당분간 염두도 못 낼 처지다.
이처럼 「기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두 은행은 제한된 범위 안에서나마 점포 배열, 새로운 이미지 구축 등 「차별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먼저 문을 열 하나은행은 「새 은행」의 이미지를 고객들에게 심어주는 일이 급하다고 판단, 25일 한국투금 창립 2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은행 심벌마크를 공개했다.
전문 디자인회사인 「인피니트」가 2억 원에 제작한 이 심벌마크는 하나은행의 한글 이니셜인 「ㅎ」자를 사람의 형태로 표현한 것인데 기존 은행의 심벌마크와는 첫눈에 확연히 다르다.
사진에서 보듯 팔에 해당하는 부분은 양쪽 팔을 크게 벌려 고객을 환영하는 이미지와 넓은 포용력, 공존공영의 의지 등을 상징화했고 다리에 해당하는 부분은 뛰어오르는 형태로 진취적이고 도약하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하나은행 측의 설명이다.
보람은행도 「포커스」라는 전문 디자인회사에 의뢰해 심벌마크를 만들고 있는데 빨간색 바탕에 「결실」을 상징하는 열매모양을 그려 넣을 것이라는 귀띔이다.
은행영업의 전초 기지인 은행점포는 하나은행의 경우 현재의 을지로입구 본사를 비롯, 삼성동·서초동·방배동지점과 대전지점을 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서울역 대우빌딩과 용산 국제빌딩에는 법인을 주된 고객으로 할 이른바 법인점포를 설치했다. 또 점포마다 상담실을 큼직하게 설치, 고객들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점포를 드나들 수 있게 하고 점포의 구조나 내부장식 등을 참신하게 꾸밀 터이니 하나은행 개점을 기대해보라는 이야기다.
보람은행은 영업초기에 4개의 지점과 2개의 출장소, 그리고 1개의 법인점포를 두기로 하고 역시 점포의 실내 장식을 「최고급」으로 꾸미겠다는 계획이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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