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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인책」조기진화 일단 성공/「김 총재 재신임」결론 내린 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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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 총재 이선후퇴땐 대안없다”중론/전열 정비하며 14대 총선 준비키로
김대중 신민당총재가 24일 열린 당무회의를 통해 「재신임」을 연출해 냄으로써 광역의회선거 참패후 당안팎에서 제기됐던 그의 2선후퇴론이 일단락을 맺게됐다.
이와 함께 광역선거후 최대현안으로 부상했던 야권통합론도 완전히 물건너갔다.
이날 당무회의는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나의 진퇴를 결정할 임시전당대회를 소집해달라』는 김총재의 사실상의 「사의표명」을 참석자 56명 가운데 51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반려시킴으로써 그의 사퇴거부 입장을 확고하게 뒷받침해 주었다.
당초 김총재는 7월초순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신임투표를 실시,그의 2선후퇴요구를 여과시킨다는 계산이었다.
이에 따라 당사무국은 오는 7월4일 잠실역도경기장을 임시 전당대회장소로 계약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7월중 임시전당대회를 열경우 전당대회 소집시기까지 당이 상당기간 구심점을 잃고 표류,야권통합이나 선거법개정·부정선거규명등 당면현안을 수행하는데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이날 당무회의가 전당대회소집을 거부키로 한 것이다.
이는 선거참패후 보여온 당의 내홍상태를 정면돌파방식으로 조기진화시킨다는 김총재의 치밀한 게산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24일 열린 의원·당무회의 연석회의에서 호남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한 당내주류파등 대부분의 의원들은 김총재의 인책후퇴론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낙도·정상용 의원 등은 『이 시점에서 총재의 책임을 묻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면서 『총재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총재가 물러나고 싶으면 당내정비와 야당통합을 위한 가닥을 잡아놓은 후 하라』고 요구,김총재의 2선후퇴를 반대했다.
김총재 스스로도 『지금의 이상태로 당을 놓아둔채 총재가 사의를 고집하는 것은 당과 지지자들에게 무책임한 짓』이라고 의원·당무위원들의 주장에 화답,2선후퇴 불가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것은 김총재가 그의 거취를 당론에 따라 정하겠다고 할때 당연히 예견된 수순에 불과했다.
신민당의 이번 결정은 우선 눈앞에 닥친 총선을 두고 우왕좌왕하기 어려운 당과 의원들의 현실적 계산때문이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등 일련의 정치일정을 앞두고 잘 이뤄지지도 않을 야권통합논의로 당력을 허비하기 보다는 일찌감치 전열정비를 서두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게 김총재의 생각이자 의원들의 생각이다.
김총재가 이날 회의를 통해 정면돌파방식을 택한 것은 선거결과 나타난 민주당의 상대적 열세에 대한 자신감도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와해상태에 가까운 민주당의 참패는 비호남권 야당이라는 존립명분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고 민주당을 진앙지로 했던 자신의 2선후퇴 주장의 의미도 한결 약화시킬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야권통합의 구상이 그럴듯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이지 못한데도 큰 원인이 있다.
김총재 후퇴 이후 야권통합을 주도할 수 있는 인물은 신민당의 조윤형 국회부의장,정대철 의원등 서울출신 의원이거나 당외의 이중재·양순식씨등 구신민당세력들인데 이들로써는 대안이 될 수 없으며 고흥문씨나 다른 재야의 명망있는 인사들은 험한 정치판에 뛰어들 생각이 없거나 정치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신민당으로서는 이번에 비록 패배했지만 민주당의 몰락과 상대적 득표력 향상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시도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김총재는 이날 재신임을 발판으로 당조직개편과 당이미지 쇄신을 꾀해 당을 총선체제로 하루빨리 전환시킨다는 계획이다.
우선 이에 사표를 제출한 사무총장·원내총무·정책위의장등 당9역을 포함,7월말까지 지구당 조직을 대폭 개편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제야세력을 포함,재계·언론계등으로부터 새로운 인사를 영입,대폭적인 물갈이를 단행해 총선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당개혁추진위원회와 선거제도 개선추진위·선거부정조사위원회를 가동시켜 당의 이념적 성격과 당의 기능을 현대화하고 당의 도덕성을 높임으로서 수권 정당으로서의 새모습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야권통합이라는 여론이다. 신민당은 야권통합추진위를 설치,광역선거후 최대현안으로 부상한 야권통합논의에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민주당측이 야권통합의 전제로 내세우고 있는 김총재의 2선후퇴가 무산된데다 서로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으로 인해 양당간에 야권통합논의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신민당은 민주당을 완전히 지지기반을 잃은 와해직전의 정당으로 간주,통합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민주당도 신민당을 「호남당」으로 규정한데다 김총재의 퇴진을 야권통합의 전제로 계속 내세울 작정이기 때문이다.
김총재는 『이번 선거결과로 야권통합여건은 그전보다 개선된 것으로 본다』면서 『따라서 우리는 들뜨지 아니하고 차근차근 야권통합을 추진해 반드시 성사시킨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대외용에 불과하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야권통합은 내년초로 예정된 총선에서 어느쪽의 주장이 옳은 것으로 판가름나야 가능할 것이며 따라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서나 재연될 수 있을 정도의 먼 앞날 얘기가 되어버렸다.
다만 신민당내 통합서명과 의원들의 반응이 주목거리인데 조윤형 국회부의장만이 탈당의사를 굳혔을뿐 정대철·김종완·이형배 의원등은 김총재의 향후 수습책을 지켜보고 행동을 결정하겠다는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서명파의 움직임은 「찻잔속의 태풍」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정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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