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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사찰 외교카드로 활용/왜 또 거부의사 밝혔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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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받을때 받더라도 버텨보자”/핵무장 하고 싶은데 국제여론에 고민/시간끌며 주한미군 전술핵 철수유도
북한의 김영남 외교부장이 주한미군의 핵무기가 철수되지 않는한 북한도 핵안정협정에 서명하더라도 핵사찰은 받지 않겠다는 북한입장을 밝혔다.
지난 19일 북한의 로동신문과 중앙방송도 『미국이 남조선에 핵무기를 배치해 놓고 우리에게만 핵사찰을 강요하는데 미군의 핵무기에 대한 사찰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우리도 핵사찰을 수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북한의 진충국 순회대사가 지난주 국제원자력회의 이사회에서 북한이 핵안정협정에 서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후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는듯 낙관시 되던 분위기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미국은 북한의 이러한 연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종전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확산 방지를 위한 의무를 아무 조건없이 준수해야 한다는데 일치된 의견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은 북한이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는데 어떤 보상을 제의한 적이 없으며 제의할 의사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때나마 유연한 입장을 보였던 북한이 왜 다시 사찰거부쪽으로 돌아섰느냐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워싱턴의 관측통들은 우선 북한이 아직 핵사찰에 대한 기본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데서 이러한 상반된 입장들이 표출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그러한 핵개발이 북한의 대외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데 딜레마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의 장기적인 군비경쟁에서 승산이 없을뿐 아니라 걸프전에서 소련무기가 미국무기에 비해 열등함을 확인한 북한으로서는 억지력으로서의 핵무기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고 이에 따라 상당한 수준에까지 개발노력을 기울여온 것이 미국의 정보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핵개발 움직임에 대해 미일은 물론 소련과 중국까지도 반대하며 제동을 걸고 나서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통한 경제개발등 북한의 당면한 과제들이 모두 풀리지않고 있는데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 양갈래 길에서 아직 선택을 유보하고 있는 북한은 국제적 압력을 우선 피해보자는 생각에서 일단 서명의사를 밝혔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이다.
설령 북한이 내심으로 핵사찰을 받아들이기로 작정했다 하더라도 북한은 핵사찰 문제를 자신들의 외교목표를 달성시키는 카드로 끝까지 활용하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자신이 핵사찰을 받아들이는 대신 주한미군의 핵을 철수시킬 수 있고 이를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개선도 도모할 수 있다면 커다란 외교적 성공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김외교부장이 주한미군의 핵철수와 미국과의 대화를 제의한 것 등이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앞으로 단계적인 공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핵안정협정 서명을 위한 문구조정,이사회 통고,서명이라는 절차마다 북한의 입장과 논리를 국제사회에 홍보해 갈수 있다.
더구나 핵사찰 허용,이미 건설한 핵재처리시설의 파괴단계까지는 아직 요원한 시점이므로 이 기간을 활용해 주한미군이 핵무기를 철수시키는 쪽으로 여론을 몰고 갈 생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공식적으로는 확고하다. 국제조약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과 주한미군의 핵문제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도 학계등에서 이미 일기 시작한 전술핵 철수주장을 외면할 수 없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핵무기 존재에 대해서는 긍정도,부정도 않는다는 원칙때문에 직접 연계는 시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별개의 사안으로 주한미군의 핵을 철수시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의 핵사찰을 둘러싸고 고비고비마다 이와 관련된 여러 추측들이 나올수 있다.
다만 미국은 그의 세계전략적인 위치 때문에 이 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않으려 할 것만은 확실할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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