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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싸고 흔들리는 야권/체제개혁에 공감대(광역이후…: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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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 총재 이선후퇴 여부가 합당 좌우/신민­민주 통합파들 탈당불사 태세
광역의회선거가 신민·민주당 등 야당의 참패로 끝남에 따라 야권 전체가 큰 충격속에 지각변동의 회오리에 휩싸일 전망이다.
양당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지도부에 대한 인책론이 제기되고 있고 지난해 통추회의후 수면하로 잠복했던 야권통합론이 다시 공개를 내밀고 있다.
현재의 분열된 야당구조로는 앞으로 6개월후에 있을 14대총선 승리는 물론,대통령선거에서의 정권교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공감대와 함께 위기의식이 이같은 야권통합론을 전면으로 다시 부상시키고 있다.
2백50여석을 장담하던 신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겨우 1백65석을 건진데 불과했고 서울에서 겨우 21석(16%)을 얻는데 그쳐 13대 총선때의 의석확보율(40%)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참패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또 8백66석중 겨우 21석을 획득,2.4%의 의석점유율을 보여 참담한 패배를 기록했다.
이같은 야권의 참패는 신민당과 민주당의 존립기반마저 뒤흔들고 있을 뿐아니라 당내부로부터 야권통합에 대한 절박감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고있다.
김대중 총재는 21일 선거패배를 시인하면서 『야권의 재정비와 통합을 강력히 추진,다가오는 선거에 임하겠다』고 밝혀 통합작업에 나설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야권의 통합없이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이부영 부총재)는 입장이어서 야권통합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야권내부로부터 이번 선거의 패배에 대한 인책론이 강력하게 대두돼 야권의 변혁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신민당과 민주당의 서명파와 지난번 공천파동으로 신민당을 탈당한 이해찬·이철용의원을 중심으로한 신당창당설까지 겹쳐 야권의 대변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중 총재는 당초 그의 93년 대권고지를 향해 광역선거를 승리로 이끈후 세에 의한 민주당의 흡수통합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예상밖의 선거결과로 신민당이 명실상부한 야권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는 곤란하게 돼버렸다.
오히려 당내 서명파를 중심으로한 통합목소리는 그에게 오히려 부담이 되고있고 그의 위상을 뒤흔드는 반작용을 하게 돼버렸다.
이부영 민주당 부총재는 『이제 민자당을 견제할 유일한 길은 통합 수권야당창출에 있다』면서 『김총재가 후퇴한 여야의 양심적 민주세력이 집결해야 한다』며 통합의 전제조건이 김총재의 2선후퇴임을 분명히 밝혔다.
또 신민당 서명파들도 김총재의 2선후퇴를 요구하고 나서 김총재는 대권고지를 향한 궤도수정이 불가피 할뿐아니라 정치적 거취를 고려하는 계제에 몰렸다.
신민당내에서는 조윤형·노승환·정대철·박실 의원 등 통합서명파를 중심으로 서울출신 의원들과 함께 꾸준히 통합추진 움직임을 보여온 세력들은 광역참패를 계기로 통합요구를 표면화하고 있다.
이들은 김총재의 2선후퇴를 요구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면서 최악의 경우 탈당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윤형 의원은 아예 선거전부터 『당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혀 야권통합을 위해 탈당할 것을 분명히 밝혀왔다.
이들 의원들은 탈당한 이해찬·이철용 의원과 특히 민주당의 이철·노무현·장석화 의원 등과 합류,신당창당 움직임을 보여 앞으로 야권전체가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밖에는 이중재씨등 구야당세력이 야권통합을 외치고 있어 상당한 세력이 집결될 여지는 있다.
이해찬 의원은 『신민당이 유권자의 57%를 차지하는 20∼30대의 정서에 부응할 수 없을뿐 아니라 지역적 한계가 분명히 드러났다』면서 『비호남 지역을 중심으로한 새로운 정치세력의 형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해 신야당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들 의원들은 이번 선거에서 명백한 지지기반을 보여주지 못한 민주당이 야권통합의 지렛대구실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고있다. 따라서 신당을 야권통합의 중심으로 하겠다는 구상이 가장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참패로 이기택 총재의 지도력이 상실돼 이미 구심점을 잃은데다 이철·장석화·노무현 의원 등 야권통합파가 무능한 이총재체제를 이탈할 조짐을 보여 민주당도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참패의 늪에 빠진 신민당과 김총재에게 또다른 압력이 가해지고 있는 것은 당내 민주화와 당쇄신 요구.
조세형 정책위의장은 『선거인책론 보다 신민당의 쇄신이 더 중요하다』며 『공천과정에서의 잡음은 짚고 넘어갈 일로 당내 민주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김총재는 이런 흐름을 감안해 야권통합에 앞서 당쇄신을 위한 일대 체제개편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은 당내외의 사퇴압력에 대응하면서 처신하자는 것으로 사실상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김총재는 현재 탈당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서명파들이 탈당할 경우 더이상 만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총재로서는 자신에게 여전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호남세력을 결집시켜 당을 정비하고 그것을 중심으로한 다른야당의 흡수통합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김총재측에서 2선 후퇴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와 같은 재정비를 위한 잠정적 조치로 고려중이지 완전한 2선후퇴는 전혀 생각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기택 민주당총재도 물러날 뜻이 별로 없는듯 보여 신민당이나 민주당의 기존지도부를 중심으로한 통합론은 현실화되기 어렵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식은 인책공세에 몰려있는 김총재와 이총재가 극적으로 재결합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신민·민주당의 통합파가 재야측과 합쳐 신당을 만드는 길뿐이다.<정순균기자>PN JAD
PD 19910622
PG 03
PQ 02
CP HS
CK 02
CS A01
BL 1552
GO 사설
TI 야권,변신만이 살길이다(사설)
TX 6·20 광역의회 선거결과는 민자당의 압승이라기 보다는 야당의 참패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옳다. 그동안 정부·여당의 숱한 실정과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던 민자당에 대한 낮은 지지율에 비추어 볼 때,이번 선거에서 민자당이 65%의 의석을 차지한 것만을 놓고 국민이 민자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야당에 있었다. 많은 국민들이 민자당에 대해 강한 불만과 비판의식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당이 그 대안이 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것이 민자당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나타난 것이다.
우리는 국민의 이러한 선택으로 인한 후유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으면서도 국민의 지지도는 높지 않고 그렇다고 국민이 별다른 대안도 발견할 수 없는 정치구조라면 결과라는 것은 정치불신의 심화와 만성적인 정치불안일 뿐이기 때문이다.
원칙적인 면에서도 어느 당이 일방적인 독주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바람직한 민주정치,정당정치를 위해서는 건실한 야당이 존재해 견제를 통한 세의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
여당의 입장에서 볼 때도 야당의 왜소화와 무력함은 바람직 하지 않다. 절대적인 권력은 자신도 모르게 오만과 나태에 빠지기 쉬운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당을 위해서도 건실한 야당의 존재는 절대적으로 요청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야권의 개편은,스스로의 운명개척을 위해서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치적 안정과 건전한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도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이번 선거에서의 패배원인을 시국불안이나 조직력과 재력의 상대적 약세,젊은층의 외면 등과 같은 현상적인 것에서만 찾으며 책임을 회피하려 할때 야당의 재기 가능성은 앞으로도 아득할 것이다.
야권은 이제 이번 패배의 근본적인 원인을 직시하고 혁명적인 변화를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야권이 패배한 근본원인은 무엇인가. 우리가 보기에는 첫째로 그것은 지도부가 식상한 인물들이라는데 있다. 지도부부터가 국민들에게 신선감을 주지 못했으니 야당 전체에 대한 인상이 좋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야당이 여당을 압도할 만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 것도 아니었다. 당정사상 내내 그랬듯 여당에 대한 비판의식이 반사적 이득이나 추구했지 현실성있는 정책의 제시와 그를 실현할 인물의 발굴과 포섭에는 소홀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그나마 야권은 갈래갈래로 분열되었고 공천과정에서의 비리등을 통해 전통적으로 지지기반이었던 도덕성마저 상실했으니 국민이 외면한 것도 어느 면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야당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지도부가 이번 결과에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나서 뭉쳐야 한다. 야권은 비단 지도부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인물난에 처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통합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외부로부터의 인물의 「수혈」도 필요할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현실성있는 정책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있는 정당을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도 혁명에의 유혹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과격 재야세력들과는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야권이 이번에도 그런 자기변신을 못한다면 다가오는 총선에서의 결과도 보나마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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