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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카리스마, 그 자체 …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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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큰 차의 천국'인 미국에서도 호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통한다. 길이 5m, 너비 2m, 높이 2m의 덩치에선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운전석에 앉으면 넓다랗게 펼쳐진 보닛이 인상적이다. 양 옆에 달린 어른 머리 크기만한 사이드 미러는 차선 변경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준다.

내부 시트 구성은 2+2+3. 어른 7명을 넉넉히 실어 나른다. 2열 좌석은 팔걸이를 갖추고, 등받이까지 눕힐 수 있어 대형 밴이 부럽지 않다. 편의 장비도 다양하다. 한글 내비게이션과 DMB.DVD플레이어가 기본으로 달려 있다. 뒷좌석 승객을 위한 전용 모니터와 리모컨, 한 쌍의 무선 헤드폰도 구비돼 있다. 해치 도어는 스위치로 우아하게 여닫을 수 있다. 스티어링 휠엔 겨울철에 꽁꽁 언 손을 녹여줄 열선을 깔았다.

8기통짜리 6.2ℓ 엔진은 403마력의 힘을 낸다. 이 엔진과 조화를 이룬 6단 자동 변속기는 2.5t의 거구를 7.6초 만에 시속 100㎞로 이끈다. 승용차 지붕 높이쯤 될 만한 운전석에 앉아 우렁찬 엔진음을 들으며 튀어나갈 때는 쾌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 차의 최고 시속은 180㎞다. 안전을 위해 속도를 제한해 놓았기 때문이다. 제동 성능은 가속 성능만큼이나 강력하다. 시속 100㎞로 달리다 완전히 멈춰서는 데 42m면 충분했다. 버스 타이어에 맞먹는 22인치 45시리즈의 초대형 타이어를 달아 승차감은 걱정했던 것만큼 튀진 않는다. 네 바퀴 굴림 방식이라 언 땅, 젖은 땅, 마른 땅 개의치 않고 달릴 수 있어 좋다. 특히 장거리 여행에 적합할 것 같다.

하지만 게걸스러운 먹성은 각오해야 한다. 에스컬레이드의 공인 연비는 5.9㎞/ℓ로 돼 있으나 800㎞ 가까이 시승하며 가늠해본 평균 연비는 4.6㎞/ℓ였다. 에스컬레이드는 연비뿐만 아니라 크기, 배기량, 성능 모두 경제 논리나 상식의 잣대로 설명이 어려운 차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이런 과잉의 면모야말로 에스컬레이드를 다른 SUV와 뚜렷이 구분짓는 특징일지 모른다. 에스컬레이드엔 '언젠가 사고 싶은 차'라는 꿈을 꾸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월간 '스트라다'=김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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