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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강 어부들 "톱질하세~ " 얼음 깨고 하루 800㎏ 고기잡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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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녘과 마주한 임진강-. 이곳에는 요즘 숨겨진 특별한 겨울 이야기가 있다.

18일 오전 11시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자장리 임진강. 물은 온데간데없고 강은 온통 얼음뿐이다. 300~400m 폭의 강은 가장자리부터 한가운데까지 온통 얼어붙어 있다. 강가에는 0.7t과 1t 짜리 어선이 두께 10여㎝의 얼음 속에 갇힌 채 묶여 있다.

강가에서 얼음 위를 미끄럼 타며 100여m 들어가자 이색적인 한겨울 어업이 벌어지고 있다. 한 어부가 '윙윙' 거리는 전기톱을 켠다. 이어 가로 1m, 세로 2m 크기로 얼음을 잘라내고 얼음 구덩이를 판다.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두부 잘리듯 떨어져 물속으로 사라진다. 이어 얼음 구덩이 안에서 미리 쳐둔 각망(角網) 그물을 걷어올린다.

그물 안에는 피라미.모래무지.배가사리.붕어.참마자.끄리.갈겨니.돌고기 등 10여 가지의 민물고기 수백 마리가 펄떡거리며 걸려 올라온다. 대부분 민물고기는 길이 10㎝ 안팎으로 작았지만 어른 팔뚝 만한 굵기에 길이 40㎝인 누치도 두 마리가 걸려 올라왔다.

이번 주 들어 본격화된 임진강 얼음 조업은 다음달 말까지 계속된다. 임진강 일대 어부 80여 명은 요즘 이 같은 방법으로 하루 700~800㎏의 민물고기를 잡아올린다.

어민 장석진(43)씨는 "얼음 위에서 벌어지는 이색적인 어로작업은 임진강 외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며 "일부 관광객이 일부러 찾아와 구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울 임진강은 또 다른 묘미가 숨어 있다. 어민 김광형(49)씨는 "얼음 속에서 잡아올린 민물고기로 요리하는 '민물고기 탕'은 매운탕 요리 가운데 백미로 손꼽힌다"고 소개했다.

임진강 일대 음식점 30여 곳에는 갖가지 민물고기를 섞어 끓이는 잡고기 매운탕을 맛보기 위해 미식가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매운탕 2~3인분 가격은 3만원선. 맛이 제대로 밴 민물참게장과 밥을 곁들여 먹는 맛이 그만이다.

경기도 파주.연천지역 임진강 어민들은 올해 말부터는 얼음 조업을 관광상품화할 예정이다. 관광버스를 동원해 조업 현장을 둘러보도록 하고 임진강 얼음 위에 스케이트장과 얼음썰매장도 만들 계획이다. 임진강 주변에는 현무암으로 된 붉은 색을 띤 수직바위(적벽)가 장관을 이루는 데다 주변에는 독수리.기러기.청둥오리.가창오리 등 겨울철새도 무리지어 월동하고 있어 자연학습도 가능하다(파주어촌계 직판장 031-958-8006 ~ 7).

파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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