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현대구단 인수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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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농협이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 인수를 완전히 접었다. 이에 따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현대가(家)에 구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농민단체와 노조 등의 반대에 부딪혀 전날 구단 인수작업을 보류한다고 했던 농협은 19일 인수를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봉훈 농협 대외협력국장은 "내부 의견을 종합한 결과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결론을 얻었다. 인수 반대여론이 단기간 내에 우호적으로 바뀌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인수계획을 포기하고 하이닉스와의 협상을 중단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했다. 그는 "농촌을 도울 목적으로 야구단 인수를 적극 추진했지만 인수 협상기간이 너무 짧아 농업계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일성 KBO 사무총장은 "솔직히 당혹스럽다. 농협 고위층과 오늘 오전 통화할 때까지만 해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제는 원점으로 돌아가 현대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다음 방안"이라고 말했다. 하 총장은 "현정은 현대회장을 비롯한 현대 사주들을 찾아다니면서 읍소해서라도 현대를 살려보겠다. 만일 이마저 어렵다면 다른 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추진해야 한다. 그것마저 어려울 경우에는 7개 구단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 유니콘스는 최대주주인 하이닉스가 지분 76.2%를 갖고 있으며 현대.기아차가 14.9%, 현대증권 4.9%, 현대종합상사가 4%를 갖고 있다. 하이닉스는 정몽헌 전 현대회장이 지분을 포기해 채권단이 운영하고 있으며 2000년 이후 야구단에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다. 하이닉스는 지난해 약 1조원의 흑자를 냈지만 원당 연습장의 사용료까지 현대구단으로부터 받고 있다.

하 총장은 "하이닉스가 대주주라면 구단 매각 때만 권한을 행사하지 말고, 올 시즌 운영비도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는 이제 형제들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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