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IAEA 이사회 주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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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 대표 북한진의 묻자 진 대사 퇴장소동/한국,우방과 수시접촉 외교대결 양상
북한에 대한 핵안전협정가입촉구결의안 채택을 둘러싸고 남북한의 한판 외교승부가 예상되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이사회는 10일 첫날부터 긴장된 모습이었다.
○…이번회의에 북한대표로 참석한 진충국 순회대사는 이날 회의진행도중 회의장에서 잠시 퇴장하고,회의가 끝나기전 미리 회의장에서 철수하는등 이번 회의에 임하는 북한측의 불편한 입장을 시사했다.
진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엔도 일본대표가 북한의 최근 입장표명에 관한 진의를 묻는 난처한(?)질문을 시작하자마자 미리 예정이라도 했던듯이 대동하고 있던 김수길 북한외교부 상급고문과 함께 회의장에서 퇴장해 눈길을 끌었다.
진대사는 또 이날 회의가 끝나기 20여분전인 오후 5시40분쯤(현지시간)회의장을 빠져나와 매우 피곤한 모습으로 엘리베이터로 직행.
회의도중 왜 퇴장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그는 『피곤하니 우리도 좀 가서 쉽시다』며 답변을 피했으나 끈질기게 질문을 계속하자 『이미 다 대답한 것을 또 묻는 것는 옛날 식민지시대의 조선지배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제국주의적이며 도발적 의도』라며 흥분했다.
○…이날 회의와 관련,한국측은 협정서명촉구결의안 통과를 위해 우방과 수시로 접촉하고 긴밀한 협의를 갖는등 부산하게 움직임으로써 마치 남북대결외교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느낌.
한국측 대표인 이장춘 대사는 『공산주의 국가에 대해서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면서 『어떻게든 이번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게 우리측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에 대한 결의안 채택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얘기됐으나 한스 블릭스 IAEA 사무총장의 보고서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느낌.
이 보고서에서 블릭스총장은 『북한이 안전협정에 동의키로 결정했으며 7월 협상을 거쳐 오는 9월 이사회에서 승인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힘으로써 인도·이집트 등 제3세계 일부국가를 중심으로 『북한이 협정을 체결하겠다는데 굳이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동정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이런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으로 판단될 경우 결의한 채택은 유보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 대사는 북한대표단의 「싹수노란」퇴장사건으로 분위기가 다시 반전,대 북한 결의안채택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주장.
이대사는 북한대표단퇴장이 있기전에는 IAEA이사국들이 그래도 북한측을 믿어보려는 기대를 어느 정도 갖고 있었으나 이제는 『북한의 협정체결 진의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고 강조.<빈=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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