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안정협정 체결” 통보/IAEA에 특사 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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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내달 협상 9월 서명
【파리=배명복특파원】 북한이 7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핵안전협정 서명의사를 공식통보했다.
이장춘 주오스트리아 대사겸 빈주재 국제기구 상주대표는 8일 『진충국 북한 외교부 순회대사가 정부특사 자격으로 7일 빈에 도착해 한스 블릭스 IAEA사무총장에게 북한정부의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대사는 『진대사는 IAEA와 협의해온 문안을 마무리짓기 위해 오는 7월말 북한 협상팀을 빈에 파견해 실무교섭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하고 『협정안이 확정된뒤 9월 IAEA 이사회에서 승인받아 서명하겠다는 일정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대사는 『진대사가 이와 함께 오는 10월부터 열리는 이사회에서 북한의 핵안전 협정체결을 요구하는 결의안 채택은 철회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IAEA 협정에 가입하면 핵사찰을 받게되나 체결국에서 사찰대상을 정하기 때문에 현재 미일 등에서 요구하고 있는 재처리시설을 북한이 사찰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는 불명이며 이에 대해 강제사찰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현재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핵발전에 전혀 필요없는 핵재처리시설을 폐기할 것을 요구해왔으며,일본은 대북한 수교를 위해서는 핵안전협정 서명은 물론 재처리시설에 대한 사찰도 수용하라고 요구해왔다.
이대사는 대북한 결의안의 철회여부는 북한측의 태도를 좀더 지켜본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사찰 강제력 없어 실효성 의문/이라크도 거부(해설)
북한측의 협정서명 태도표명이 반드시 우리가 요구하고 있는 핵사찰 수용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내리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핵안전협정은 강제력이 없어 북한의 태도여하에 따라 실효성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IAEA의 핵사찰은 연 3∼4회 신고된 시설에 대한 일반사찰,새로운 시설등 변동에 따른 수시사찰,보고내용에 의혹이 있을때 당사국과 협의해 실시하는 특별사찰등 세가지가 있지만 어느것도 강제력은 없다.
이라크도 특수사찰을 거부했지만 IAEA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가장 문제가 되고있는 것은 영변에 건설중인 핵재처리시설. 영변에는 3기의 원자로가 있는데 그중 현재 건설중인 2,3호기는 원자력발전과는 전혀 상관없는 핵 재처리시설로 핵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돼 미일이 사찰·폐지를 요구하고있다.
북한은 일단 핵안전협정에 서명용의를 표명함으로써 국제적 비난을 완화시키고 곧 있을 IAEA의 핵사찰요구 결의를 피하자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은 핵 재처리시설까지 사찰받을 것을 요구하고 미국은 민간용으로 전혀 필요없는 재처리시설의 폐기까지 요구하고 있어 북한이 어느정도 그들의 핵시설을 사찰대상으로 개방할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안전협정 가입의사를 통보한 것은 지금까지 거부로 일관해온 기존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으로서 일단은 핵사찰문제에 관한 중요한 진전이라는 긍정적 해석도 가능하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가중되는 국제적 압력에 대한 대응이란 성격과 함께 미·일과의 관계개선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할 수 있어 앞으로 북한이 얼마나 더 신축적자세를 보일지 주목된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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