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 '대통합 신당'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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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열린우리당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18일 '대통합 신당'을 추진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여당의 진로가 일단 통합 신당 쪽으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여당 내 신당파는 당초 '고건+민주당+α(정치권 외부 세력)'의 연합을 통해 '반(反)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하고 싶어했다. 한 축인 고건 전 총리가 중도 하차했지만 여당은 '고건 없는 고(go)'를 선택한 것이다. 전대 준비위는 다음달 14일 열리는 전대에서 추대 형식으로 의장과 최고위원 4명을 선출하기로 했다. 이들에겐 신당과 관련한 전권이 주어진다.

◆'당 해체' vs '당 사수' 갈등 소지 여전=통합 신당을 향한 움직임이 속도를 내는 듯한 겉모습과 달리 내부적인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전대 준비위에 참여하고 있는 통합 신당파 양형일 의원과 당 사수파 김태년.이원영 의원은 이날 결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합의에 실패한 것이다. 양측은 각각 "당의 발전적 해체가 명문화되지 않았다" "신당 추진을 못 박은 것은 월권"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사수파 측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도 이날 "준비위의 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나섰다.

19일엔 '기간당원제 폐지'를 골자로 한 당헌 개정안이 무효라며 사수파 측이 제출한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판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개정 당헌을 토대로 한 전대는 무산될 수 있다.

당을 '부수는' 역할을 맡게 될 새 의장엔 신당파와 사수파 모두로부터 '상대편'이란 오해를 덜 받는 정세균 의원이 유력하다. 그렇지만 최고위원 인선을 놓고는 각 진영 간 경쟁이 불가피해 진통이 예상된다. 지도부 선출 방식을 경선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참정연)도 제기되고 있어 전대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다.

◆최종 당 진로는 안개 속=전대에서 대통합 신당 추진이 결의되더라도 열린우리당의 향후 진로가 단기간에 윤곽을 드러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통합 신당을 이끌어낼 동력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고 전 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당내의 선도 탈당 기류는 누그러지고 있다. "전대 준비위가 당 해체를 못 박지 않으면 탈당하겠다"던 염동연 의원은 이날 개인적 일정을 이유로 중국으로 출국했다. 열린우리당 전대 준비위의 이날 결정에 대해 민주당은 "신당을 추진키로 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열린우리당이 통합의 전면에 나서선 안 된다"(이상렬 대변인)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혔다. 현 상황에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박원순 변호사 등 '+α' 세력이 동참하지 않는 통합(열린우리당 탈당파+민주당 일부)은 '도로 민주당'이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개헌 정국도 의원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당 관계자는 "당 해체는 노 대통령과의 결별을 뜻하는데, 개헌 정국을 보며 '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실제로 탈당하는 의원들이 나오는지와 여권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이들의 지지도 추이, 개헌 정국의 향배 등이 전대 이후 통합 신당 추진 방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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