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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궁테러' 김명호씨 주심맡은 이정렬 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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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 성균관대 교수 김명호(50.구속)씨가 낸 교수 지위 확인 소송의 항소심에서 주심을 맡았던 이정렬(38.사진) 판사는 17일 "소송의 핵심은 김씨의 교육자적 자질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995년 성균관대 입시 수학문제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 김씨가 이 같은 오류를 지적한 뒤 학교 측의 미움을 사 재임용되지 못한 점 등은 명백한 사실이라 모두 인정했다"며 "하지만 교육자적 자질에 대해서는 김씨가 일방적으로 신문을 거부했다"고 항소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시중에서 '김씨가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랬겠나' '판사가 맞을 짓을 했다'는 등의 반응이 나온 것에 통분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석궁 테러'에 대한 반응 가운데 김씨를 옹호하는 것이 많다.

"'김씨는 로빈후드' '속이 다 시원하다'는 반응을 봤다. 이 사건 판결문을 한번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김씨의 테러 행위를 절대 정당화하지 못할 것이다. 재판부가 김씨의 양심적인 행위를 도외시하고 기득권층인 대학 측을 옹호하여 불리한 판결을 했다는 것은 엄청난 모욕이다."

-김씨는 수학문제 오류를 지적했기 때문에 학교 측의 미움을 사 재임용에서 탈락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 판결문에도 그렇게 돼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의 구도는 '출중한 학자가 교육자적 자질이 부족하다면 재임용을 거부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점이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교육자적 자질을 묻는 질문이 나오면 '나는 전문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지 애들 가정교육을 시키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신문을 일방적으로 거부했다."

-김씨가 교육자적 자질이 부족하다는 증거는 뭔가.

"성균관대 측과 학생 등이 증언한 바에 따르면 김씨는 수업 중 강의실 밖에서 시위를 하는 학생들을 향해 '저런 놈들은 총으로 쏴 죽여야 한다'고 하는가 하면 '내가 학과장이 되면 과 내 서클과 학생회를 모두 없애 버리겠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또 학부생들에게 '성대 대학원은 쭉정이니 절대 오지 말라'고 하고 일부 학생이 교생 실습을 나가자 '자신들이 공부하기 싫어 가는 것이니 나는 인정할 수 없다'고 하기도 했다. 이런 증언들이 있으면 이것이 사실인지에 대해 김씨의 반박이 있어야 하는데 김씨는 반대 신문 자체를 거부했다."

-법정에서 김씨의 태도는 어땠나.

"김씨는 재판 내내 자신이 학자적 양심을 고수하다가 보복당한 피해자라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또 선고 후 판결문을 받아 읽어 보지도 않고 테러를 자행했다. 김씨의 테러 행위는 수단뿐 아니라 목적에 있어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입원한 박홍우 부장판사는 어떤가.

"원래 3~4일 입원할 예정이었는데 '김씨가 옳다'는 지적에 매우 격분하고 있다. 심리적 안정을 찾고 법원으로 돌아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박성우 기자

◆이정렬 판사=1991년 33회 사법시험 합격. 2004~2005년 서울남부지법 재직 당시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억대 내기 골프 사건을 상습 도박죄로 본 대법원 판례를 깨고 무죄를 선고해 눈길을 끌었다.

◆주심판사=서울고법 민사2부와 같은 합의재판부는 부장판사인 재판장과 배석판사 2명으로 구성된다. 테러를 당한 박홍우 부장판사는 김씨가 낸 소송의 재판장이었고, 이정렬 판사는 두 명의 배석판사 가운데 한 명이다. 이 판사는 이번 소송의 주심 판사로서 사건을 주로 심리하고 판결문을 작성한 뒤 박 부장판사의 재가를 거쳐 판결에 이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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