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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영화 즐겨보며 독서·낚시가 취미/일 언론인이 본 김일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북한을 방문중인 이케우치(지내수수) 일 교도(공동)통신 외신부장은 김일성 북한 주석이 79세의 고령임에도 불구,기억력이나 체력은 떨어진 것 같지 않다고 말하며 김주석의 모습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김주석은 평양에서 북쪽으로 약 60㎞ 떨어진 평안남도 안주시 연풍호부근의 숲으로 둘러싸인 초대소에서 우리를 맞았다.
김주석의 목소리는 조금 탁했지만 힘이 들어있었고 활달했다. 가끔 호기심을 억제하지 못하는 듯 『일본에는 온천이 많이 있다고 하는데…』『리니어 철도는 이미 개통되었는가』라고 물었으며 자기가 묻는 질문에 예상외의 답변이 나오면 『허어』라며 놀란 표정을 짓기도 했다.
○…큰 아들이자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일 서기에 화제가 미치자 김주석은 『지금 당활동을 전면적으로 지도하고 있으며 경제건설 문제도 담당하고 있다』며 그의 공적활동을 소개했다. 잡담중 그는 『눈이 나빠 소설을 읽기 힘드나 김정일 서기가 테이프에 내용을 녹음해 주어 그것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김주석은 소설읽기와 낚시를 취미로 삼고 있다고 말하고 담배는 6년전에 끊었으며 술은 의사의 권고도 있어 가까이 하지 않으나 맥주와 좋아하는 블루베리 와인을 조금 마시는 정도라고 밝혔다.
○…김주석은 또 자신은 일본영화에 푹 빠져 『남자는 괴로워』(일명 도라상)라는 시리즈물 40개를 갖고 있으며 다음편이 기다려진다고 말해 과거 「항일 빨치산의 수령」과는 전혀 동떨어진 일면을 보였다.
그는 이 영화의 주인공인 「도라(호)상」이 뱀장어를 낚는 장면을 설명할 때는 신이 나 어쩔줄 몰라했고 영화의 실제거리가 동경에 있다는 애기도 듣고 있는지라 일본과 국교정상화가 되면 꼭 가서 한번 보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김주석은 또 일본영화에 대해선 칭찬했으나 미국과 한국영화에 대해선 섹스신이 많아 저속하다며 비판했다.
○…그는 이어 내년 80세를 맞는 자신의 건강법에 대해 자신의 「낙천주의」적 성격때문이라 말하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속담을 인용하기도.
○…김주석은 한달중 열흘정도만 평양에 있으며 나머지 20일은 지방을 돌며 현지 지도를 하고 있다고 말하며 『평양에만 있으면 관료주의에 빠지지만 지방의 소리를 들으면 잘못된 점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고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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