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바깥서 혈액에 산소공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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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대 김광우 교수팀 「체외순환 심폐 요법」국내 첫 성공/폐기능 기계로 대신/호흡부전 아기 치료
급성호흡부전증으로 사경을 헤매는 아기의 혈액을 몸 바깥으로 빼내 산소를 공급한후 다시 인체내로 주입하는 「체외순환·심폐요법」이 서울대의대 김광우 교수(마취과)팀에 의해 국내 최초로 성공을 거뒀다.
ECLA(체외순환호흡 보조기·Extra Corporeal Lung Assist)라는 심장 및 폐기능 보조기를 이용한 이번 시술이 성공을 거둠으로써 기존의 인공호흡기로도 치료할 수 없었던 사망직전의 많은 중환자들이 목숨을 건질 수 있게 됐다.
김교수는 『사람은 어떤 질병에 걸리든 최종적으로는 호흡기능이 나빠져 죽음에 이르게 된다』며 『심장개심술과 같은 대수술후나 급작스런 사고 등으로 호흡부전이 생겨 목숨이 경각에 달린 중환자에게 ECLA를 이용,체외순환·심폐요법을 실시할 경우 80%정도의 환자는 되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교수팀은 지난 5월6일 부천 세종병원에서 선천성심장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김모양(2)이 수술후 호흡부전을 일으켜 인공호흡기로도 상태가 악화되자 5월16일 목부위 내경정맥에서 혈액을 뽑아 산소를 공급한뒤 사타구니 부위의 고동맥을 통해 재투입하는 체외순환법을 실시,김양을 기사회생시켰다.
체외순환법은 폐기능이 나빠 폐혈관저항이 증가하고 우심방과 우심실의 기능이 악화된 환자에게 특히 치료율이 좋다.
이번 시술에는 김교수를 비롯해 이국현(서울대) 정영균(경상대)교수,일본에서 연구중 이번 수술을 위해 급히 귀국한 최현 연구원(일본 웅본대)등이 참가했다.
김교수는 『급성호흡부전증이 있는 환자를 관찰한 결과 1주일정도만 폐를 쉬게하면 90∼95%는 정상으로 회복된다는 것을 밝혀냈다』며 혈액을 체외로 유출,재투입하는 장치로 기존 인공심폐기가 있으나 심장개심술을 하는 동안에 단시간(최대 24시간)밖에 사용할 수 없어 호흡부전환자에게는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김교수팀은 ECLA를 이용,1주일이상 폐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체외순환심폐요법에 성공했다.
미·일·독등 서구에서는 80년대 말부터 체외순환심폐요법을 시술해왔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번이 첫 성공이다.<문경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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