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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공천후유증 몸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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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호남·서울 탈당 회오리 확산/신민/무소속 출마준비 100명 넘어/민자
여야 각 당의 공천후유증이 심각하다.
거액의 공천헌금설,낙하산공천에 따른 금품거래설 등 온갖 잡음이 일고 있어 벌써 혼탁한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신민당은 이철용 의원에 이어 30일 김길곤 의원(담양­장성)이 탈당계를 제출함으로써 공천후유증의 회오리에 휘말리고 있다.
이들외에도 이해찬 의원(서울 관악)이 31일 공천에 불만을 품고 탈당계를 제출했고 광주·전남의 일부 지구당원과 신민주연합측 당원들이 잇따라 탈당,그 파문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초 지난 29일 공천발표를 전후한 당사주변의 시위·농성때까지만 해도 「공천뒤끝의 일상적인 잡음」 정도의 일과성으로 여겼던 당지도부는 의원들의 탈당이 잇따르자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파문은 공천과정의 금전수수설과 함께 일부 의원들이 김대중 총재의 측근인사중심 당운영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섬으로써 그동안 잠복해있던 당내문제가 표면화될 가능성이 있어 주목되고 있다.
공천후유증이 일고 있는 곳은 「신민당 공천=당선」으로 인식되고 있는 호남지역과 서울 일부지역.
이중에서도 ▲지구당위원장과 당초 상의없이 중앙당이 낙하산공천을 했거나 ▲지구당위원장의 반대에도 불구,인물을 교체하고 ▲중앙당공천에 금품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지구당.
김길곤 의원의 경우 탈당성명에서 자신이 추천한 6명중 4명이 탈락한 것이 탈당의 원인이 됐지만 그보다는 『나에게 5천만원의 사례금을 제시했다 거절당한 인물을 중앙당이 공천한 것은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당지도부의 금전거래설을 공식으로 제기했다.
이해찬 의원도 『공천해달라고 돈을 싸들고 왔던 사람을 돌려보냈더니 중앙당에서 그를 공천하려 한다』고 당지도부의 도덕성에 불만을 제기하며 반발,결국 탈당했다.
자신이 반대한 인물을 당이 공천하려 하자 지난 29일 맨먼저 탈당계를 낸 이철용 의원은 『공천문제 뿐 아니라 당의 운영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총재측근인 K모씨등을 직접 거명,이들의 전횡을 성토했다.
이밖에 홍기훈(곡성­화순) 정웅(광주 북구) 이영권(장흥) 박형오(신안) 박종태(광주서을) 의원과 전북의 이상옥(장수) 조찬형(남원) 의원도 공천자 교체에 반발하고 있다.
신민당이 이처럼 공천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는 것은 선거자금난 때문.
신민당으로서는 「특별당비」를 한푼이라도 지원해줄 「재력가」들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고 따라서 이들을 중앙당의 「직권조정」으로 공천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이번 파문은 선거에 파묻혀 일단 수그러질 가능성이 크지만 자칫 광역선거결과가 기대에 못미칠 경우 당내 민주화와 야당통합의 목소리로 재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자당도 속으로 앓기는 마찬가지. 호남 일부지역을 제외한 8백21명의 공천자를 확정했으나 공천에서 탈락한 신청자들이 곳곳에서 집단탈당,무소속출마를 선언하고 나서는 등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공천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관계자들은 공천탈락자중엔 후보조정에 승복못해 무소속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후보신청자들이 약 1백명선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으나 당에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숫자를 감안하면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실정.
지금까지 공천후유증으로 말썽을 빚고 있는 지역은 시지부 부위원장 송일영씨를 비롯한 1천여명이 집단탈당,민주당쪽으로 옮겨간 부산이 대표적인 케이스. 대구에서는 18명이 탈당,이중 3명은 민주당에 입당하고 15명은 무소속 출마를 준비하고 있으며 경북에서는 공천탈락자 69명중 31명이 탈당,이 가운데 19명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
특히 김종필 최고위원의 아성인 충청권에서는 김최고위원 자신의 지역구(부여) 부위원장인 권태석씨(63)가 탈당,신민당에 입당하는 등 주요간부 24명이 민자당을 떠나 이중 7명이 무소속 출마를 굳히고 있는데다 민주당바람이 거세게 불어 공화계가 바짝 긴장해 있는 상태.
원외지구당 위원장들중에 자신의 후보를 음양으로 지원,무소속 출마를 부추기는 곳이 44개 지역이나 돼 자칫 계파간 갈등으로 비화될 우려도 없지 않은 형편이다.<정순균·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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