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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를 보고…김수진(영화기회정보센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제44회 칸 국제영화제가 지난주 프랑스 남부의 지중해 연안 소도시 칸에서 막을 내렸다.
데이비드 마멧 감독의 『살인』(Homicide)을 오프닝으로 시작된 칸영화제에는 심사위원장 로만 폴란스키를 비롯, 『고스트』로 우리에게 낯익은 후피 골드버그, 그리고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 등 세계의 스타들이 환호하는 인파와 각국에서 몰려든 취재진들의 열띤 취재 경쟁 속에 입장하여 그야말로 세계인의 영화축제임을 실감케 했다.
올 칸영화제는 경쟁작 20편, 초청작 4편, 그리고 제3세계 영화가 다수 선보인 주목할만한 영화부문 이외에도 영화시장이 함께 열려 뜨거운 경쟁부문의 열기와 함께 수천편의 영화가 세계 각국에서 선보였다.
한국에서도 영화진홍공사를 비롯, 1백여명의 영화관계자·영화업자들이 몰려왔다. 그러나 영화진흥공사만 판촉실을 마련해놓고 몇 편의 영화수출을 위해 힘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띌 뿐, 나머지 영화업자들은 외화 고르는데에만 혈안이 되어 무척 안타까웠다.
다행히 낭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인 『그들도 우리처럼』 『수탉』 등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으나 우리 영화의 수출을 담당하고있는 공사의 인력과 자금력으로는 선진국들의 엄청난 공세에 역부족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했다.
지난해 『와일드 앳 하트』 그리고 지지난해 『섹스 거짓말 비디오 테이프』에 이어 미국 영화 『바튼 펑크』가 3년째 칸 그랑프리를 거머쥠으로써 아직까지 미국영화는 건재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했다. 그려나 이들 세 작품은 상업성의 배제는 물론 개인적인 만족을 위한 개인 예술의 차원을 뛰어넘어 기존영화에 대한 과감한 형식타파와 새로운 영화적 실험성을 발휘함으로써 영화예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있다.
이러한 영화적 실험성에 대한 칸의 평가는 전세계 영화인뿐만 아니라 영화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고 특히 한국영화계에 시사하는바 크다하겠다.
본선 진출작은 물론 「주목할만한 영화」 「오늘의 감독」부문의 영화들 또한 과감한 형식과 새로운 테크닉의 시도, 그리고 독특한 내용들을 선보였다. 할리우드 영화나 홍콩영화의 전형성에 익숙해진 우리 관객에게는 다소 낯설고 부담스러운 점도 없지는 않지만 새로운 영화를 갈구하는 영화팬에게는 무척 반갑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한가지 놀라웠던 점은 우리의 영화풍토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프랑스의 영화문화 수준이 높았다는 것이다. 영화의 탄생인 루미에르의 흑백영화에서부터 현재까지 세계각국의 영화들을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는 시설이 완비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영화를 찾는 관객들 또한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렇듯 열러진 문화공간과 국가 차원의 과감한 투자, 그리고 자국영화에 대한 자부심이 칸 영화제의 역사와 전통을 뒷받침하고 있는 프랑스의 영화문화임을 새삼스레 느끼면서 부러움을 금치 못했고 한편으로는 우리의 영화도 이제 문화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세계 속에 당당히 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최근 우리의 영화도 세계시장과 영화제를 통해 알려지고 있고 소박한 영화이나마 우리의 것을 간직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하는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어 언젠가는 칸 영화제보다 더 우수하고 권위 있는 서울국제영화제를 개최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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