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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차범근 감독 긴급진단|보고 즐기는 축구 아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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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국축구는 6, 7월에 남북한 단일코리아팀이 출전하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를 비롯, 대통령배국제대회·바르셀로나 올림픽 아시아지역 D조예선 2차리그 등 3개의 빅이벤트 외에도 국내 프로리그가 열기를 띠는 등 예년에 없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 10년 동안 독일의 선진축구를 익히고 국내무대에 뛰어든지 6개월이 지난 현대팀의 차범근 감독을 만나 한국축구에 대한 긴급진단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혼자만을 생각하던 선수가 아닌 팀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처음 맞닥뜨린 어려움은 무엇인가.
▲합숙훈련의 기간조절이었다. 합숙할 때와 안할 때의 선수들 몸이 완전히 달라 도대체 얼마만큼의 휴식을 주어야하는지 감이 안잡혔다. 합숙을 안하면 거의 정상훈련을 할 수 없을 만큼 몸이 망가졌는데 이는 선수들 스스로 자기관리를 소홀히 한 탓이다.
-올 시즌 프로축구일정의 4분의1이 지났다. 국내프로축구를 진단한다면….
▲매주 수요일이나 주말에 계획된 경기를 소화해나가는 과정에서 한국프로축구는 80년대 이전과 비교가 안되는 매끄러운 경기운영감각을 익혔다. 한마디로 세련된 것이다. 그러나 좀더 나은 축구를 하겠다는 의식은 선수나 지도자·협회 모두 크게 뒤떨어져있다.
선수는 재고상품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신기술개발, 지도자는 세계흐름을 쫓아가는 새로운 전술연구로 팬들에게 「보고 즐길 수 있는 축구」를 선사해야할 것이다.
협회는 또 스타플레이어들이 계속 국내리그에 출장, 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대표선수 차출시엔 신중을 기해야한다.
-말레이시아와 득점 없이 비긴 올림픽대표팀에 대한 조언은.
▲한국이 가장 나은 실력을 갖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 나타났듯이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로 뛰고 있다는 책임감과 정신력을 선수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다. 3-5-2시스팀 등 작전이전에 선수들이 이기려는 집념과 의욕을 새로이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국축구의 현재위상과 발전책은.
▲소질 있는 한국축구가 현대에 맞는 축구로 거듭나지 못한 채 위기에 빠져있다고 본다. 세계축구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무한한 저변확대의 바탕 위에 축구시작연령이 현재의 국교4년(11세) 정도에서 7세정도로 낮춰져야한다. 그래야만 기본기를 닦기 위한 필요한 볼 감각이 익혀지고 최고기량을 발휘하게 될 10∼12년 후 훌륭한 재목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초·중·고·대학 및 실업의 리그제 활성화가 시급하다. 현재와 같은 3, 4개 정도의 전국대회론 각 선수들에게 고루 경기에 참여, 감각을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지 않는다. 특히 군대문제와 관련해 예전의 3군(육·해·공군)팀이 부활돼 보다 많은 선수를 흡수, 상무팀에 들지 못하는 선수들의 사장화를 막아야할 것이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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