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한 「핵사찰」 해결되면 수교무난/북한 유엔가입결정후 대미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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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경협 바라는 중국도 부추길듯
북한이 유엔에 가입키로 결정함에 따라 이를 계기로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되어 갈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유엔가입과 미­북한수교는 별개의 문제로 일단은 간주하고 있다.
터트 와일러 미 국무부대변인도 28일 이 문제는 별개의 것임을 밝히면서 유엔에서 북한의 입장변화에 따른 미국의 정책변화가 아직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유엔가입이 단순히 유엔가입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외교기조가 근본적으로 수정되는 것을 의미한다면 미­북한관계도 불원간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우선 남북한이 동시에 유엔에 가입한다는 것은 유엔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이 묵시적이든 명시적이든 남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다.
개념상 차이는 있으나 이는 한반도 주변 4강국이 남북을 교차승인하는 것과 맥이 연결되며 따라서 미­북한의 수교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북한의 이번 결정은 미­북한과의 관계개선에도 「하나의 좋은 출발」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터트 와일러 대변인이 밝혔듯이 미국은 북한이 유엔에 가입하는 것을 환영하나 이것이 곧바로 미국과의 수교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몇가지 조건을 걸어놓고 있다.
즉 북한이 국제핵사찰을 수락하고 국제테러행위를 중단해야 하고 남북한 대화에 성실히 나서야 한다는 것 등이다.
이 가운데 미국이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북한이 국제핵사찰을 과연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유엔에 가입키로 결정한 것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서기로 결심한 것이며 따라서 유엔기구는 아니나 국제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의 의무를 받아들일 결심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특히 일본으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북한은 그 조건이 핵안전협정에 서명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차제에 이에 대한 결심도 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으로부터 경제협력을 희망하는 중국이 한국과 수교하기 위해 미국에 북한과도 수교할 것을 촉구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되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유엔에 가입은 하나 핵사찰은 별개로 다룰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은 유엔에 가입한뒤 유엔을 무대로 주한미군의 핵무기 보유를 거론하며 지금까지와 같이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내세울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북한과의 관계개선 변수는 미국에 있지 않고 북한에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반응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미­북한관계의 속도가 결정된다는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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