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반죽한 '엄마표' 빵

중앙일보

입력

"우리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빵을 먹이고 싶어서죠. 자연이 선물하는 '푸드행복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너무 큰 희망일까요?"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5단지 맞은 편 상가건물 1층의 한 제과점. '아이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싶다'는 문구가 걸린 이 제과점을 오가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예사롭지 않다. "그래 맞아! 요새 신문·TV에서 말하는 걸 보니 괜히 잘못 먹였다가 아이들이 비만이 되고, 성인병까지 걸린다고 하더라고. 빵도 제대로 골라야지." 문을 연지 한달도 채 안된 이 제과점의 인기는 수직상승중이다. 순수 유기농 원료와 우리밀 사용을 고수, 서울에서 처음 문을 연 '자연드림 베이커리'다.

이 제과점의 주인은 꽤나 많다. 올바른 먹거리를 주창하며 소비자운동을 하던 양천생활협동조합에 참여한 여성 500여명 가운데 32명이 의기투합했다.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30~50대의 엄마들로 푼푼이 돈을 모아 출자 형식으로 가게 문을 열었다. 참여하는 사람마다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2000만원을 냈다. 그렇게 모은 1억7000여만원이 제과점의 초기 설립.운영자금이 됐다.

제과점의 문을 연 이유는 어찌보면 절박했다.
출자자이자 운영매니저인 김미선(40.양천구 신정동)씨는 "우리 아이들이 각종 유화제와 소다 등 화학첨가물로 맛을 낸 빵에 젖어들어 몸을 망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둘 순 없었다"는 것이다. 6개월여 전 마음을 굳힌 목동의 엄마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동분서주 뛰기 시작했다. 우선 엄마들이 참여.활동하는 생활협동조합의 도움을 얻어냈다. 생협은 유기농.친환경 농산물을 사용한 식품으로 현재 국내 소비자들에게 안전성을 검증받은 곳.

생협이 검증한 100% 우리밀과 유기농 우유만을 쓴 빵을 만들어 내기로 했다. 최근 언론에서 불거진 트랜스지방류의 첨가제는 일체 쓰지 않는다. 또 정제당이 아닌 유기농 설탕만을 고집한다.

"100% 우리밀을 쓴다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수입산 밀은 오랜기간 저장시설을 거친 묵은 밀가루죠. 이의 유해성은 그동안 수차례 지적돼 왔습니다. 반면 자연드림 빵집이 쓰는 우리밀은 강원도 홍천에서 계약재배, 3일 안에 유통되는 갓 빻은 건강한 밀가루입니다. 당연히 건강에 유익할 수 밖에 없죠."

이정주(45.여) 양천생협 이사장은 우리밀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무섭게 '우리밀=건강'론을 폈다. 이 이사장은 1997년부터 YMCA활동을 벌이며 '식품주권'과 '안전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운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자연드림 베이커리는 현재 순항 중이다. 현재 하루 150만~2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실정. "이 정도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게 엄마들의 생각이다. 일부 엄마는 틈만 나면 가게에 들러 노력봉사를 마다하지 않는다. 신선한 제품만을 선보이는 것은 기본. 당일 팔리지 않은 제품은 소외이웃을 돌보는 '푸드뱅크'에 기탁,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매니저 김씨는 "조금씩 주변의 관심을 끌면서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안전한 음식을 먹이려는 엄마.아빠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며 은근히 '기대이상'의 호응을 자랑하기도 했다.

'자연드림 베이커리'는 여기에 한술 더 떠 또다른 구상을 준비중이다. 가게의 운영수익금을 다시 가게에 재투자하는 비영리법인 형식의 운영은 물론 지역의 음식점 등과 연계, '푸드 행복세상 네트워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것.

매니저 김 씨는 "아이들 사랑은 몇몇 엄마들의 노력만으로 성사되지 않는다"며 "많은 이웃이 뜻을 합쳐 우리 아이들을 올바른 건강세계로 인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양성철 기자
사진=프리미엄 이형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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