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음악-"가무일체" 새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무용을 더욱 무용답게 만들어주는 음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기존 음악을 편집 내지 재구성해 쓰던 종래와는 달리 그 무용의 주제와 분위기를 최대로 살릴 수 있는 창작곡을 작곡가들에게 의뢰하는 무용가들이 부쩍 늘고 있다.
또 춤과 음악의 관계에 대한 통념을 과감히 깨뜨리면서 좀더 생생한 호흡을 연출하기 위한 현장음악을 활용하는 무용공연도 많다.
박화경씨(현대무용)가 『꼬리의 자화상』에서 메초소프라노 고명희씨와 즉흥적 어울림을 시도했는가 하면 전미례씨(재즈발레)는 김덕수패 사물놀이의 현장연주를 통해「사물놀이와 재즈댄스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김말애 교수(경희대·한국무용)가 이끄는 춤·타래무용단도 최근 일본 도쿄에서 가진 초청공연에서 『춤을 위하여』『굴레』『흙의 제전』을 프리재즈 타악기주자 김대환씨의 현장연주와 함께 선보이는 등 한국무용-국악, 재즈댄스-재 즈음악, 현대무용-현대음악식의 도식도 사라져 버렸다.
무용가들은 특히 호흡이 잘 맞는 특정 작곡가와 공동작업을 거듭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립무용단의 송범 단장과 박범훈교 수(중앙대)는 70년대 이후 『사의 승부』『별의 전설』『썰물』『은하수』『도미부인』을 비롯해 오는 6월1∼4일 재 공연하는 무용극『그 하늘 그 북소리』에 이르기까지 약20년간 가무일체의 호홉을 이뤄왔다. 특히『그 하늘 그 북소리』의 경우는 지난해 무려 4천만원이란 파격적인 음악비를 들여 음악을 새로 작곡하고 공연 무렵의 약 1개월간은 중앙국악관현악단이 국립무용단과 꼬박 함께 연습한 뒤 현장연주를 맡아 이 대형 창작무대를 돋보이게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무용음악의 중요성에 대한무용인들의 인식을 높이는데는 서울무용제(전 대한민국무용제)의 음악비(2백만원)지급 규정과 개인상 분야의 음악상 제정, 또 문예진흥원 창작활성화기금 중 작곡료(4백만원)지급도 좋은 자극이 됐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작곡료 의에도 연주료·녹음료 등을 포함하면 최소한 7백만∼1천만원이 드는 실정이어서 음악비의 현실화를 요구하는 소리도 높다. 또 무용공연을 위해 특별히 작곡을 의뢰해 만든 무용음악인데도 춤과 제대로 어우러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이유는『음악과 춤을 둘 다 아는 작곡가와 무용가가 드물기 때문』이란 것이 무용가와 음악인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따라서『무용을 잘 이해하는 작곡가들이 위촉받지 않더라도 다양한 무용음악을 만들어두어 무용가들이 필요에 따라 골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박범훈 교수는 말한다. <김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