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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는 "질병 앓고 있다" 51% 아이들은 "제때 치료 못해" 4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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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질병은 그나마 근근이 유지되고 있는 조손 가정을 파탄으로 이끄는 가장 위험하고 결정적인 요인이다. 조손 가정에서 보호자인 할아버지.할머니와 보호를 받는 손자녀가 질병에 시달리고 있지만 건강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해 8월 관내 조손 가정 3113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부모의 절반(51.3%) 정도가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하다는 응답은 18.4%에 불과했다.

조손 가정 아이들도 건강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 지난해 4월 전남북 지역 초등학교 358개교 교사들을 상대로 조손 가정 등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 취약계층 아동의 생활실태를 조사한 결과 아이들의 45.7%가 질병 치료를 제때 못 받고 있다고 대답했다.

'위생상태가 좋지 않다'(68.6%), '끼니를 거른다'(26.7%)는 응답도 많았다. 조손 가정 아이들이 평소 위생.영양관리를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다는 걸 보여 준 것이다.

강원도 A초등학교 박희영 교사는 "조손 가정 아이들은 또래에 비해 체격이 작고 체력이 약한 경우가 많다"며 "조부모들이 아이들의 건강에까지 신경 쓰기는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손 가정의 특성에 맞춰 따로 마련된 체계화된 의료 지원이나 건강관리 프로그램은 없다.

다만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등 빈곤층의 경우 의료비 중 본인부담금을 면제받는 의료급여 혜택을 받는다. 또 조부모 등 보호자가 갑자기 질병에 걸려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위기상황이 닥치면 긴급 복지지원 제도를 통해 최대 300만원 이내에서 검사.치료 등에 들어가는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형편이 상대적으로 나아 건강보험에 가입한 조손 가정에 대해서도 올해부터 보험료 경감 대상이 확대됐다. 이전에는 소득이 전혀 없고 과표 재산이 1억원 이하인 조손 가정에 대해 건보료를 10~30% 깎아줬다. 올해부터는 연소득 360만원 이하, 과표재산 1억3000만원 이하로 대상이 늘어났다.

그러나 조부모가 농사를 짓는 등 약간의 소득만 있으면 이 같은 혜택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의료급여 대상자라 하더라도 암 같은 중병에 걸릴 경우 의료급여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부분은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의료급여 1종 환자가 암에 걸릴 경우 비급여 항목에 대해 100만원까지 지원받지만 전체 의료비의 24%에 이르는 비급여 비용을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있는 의료지원 혜택도 조부모들이 잘 몰라서 못 받는 경우도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2년마다 필수 항목에 대한 건강검진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 조사 결과 조손 가정의 73%는 최근 3년 이내 건강검진을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특별취재팀=정철근, 김영훈 기자, 강기헌.김경진.이종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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