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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급 IT 인력 키워 일본에 집중 파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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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본에 진출할 IT(정보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일에 팔을 걷어붙일 생각입니다."

2월 말로 벤처기업협회장에서 물러나는 조현정(사진) 비트컴퓨터 회장은 향후 계획을 이렇게 밝혔다. 조 회장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일본은 경제가 살아나고 있지만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IT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일본인은 인도 등 영어권 인력을 선호하지 않아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3000명 정도의 수준급 프로그래머를 키워 일본에 파견한다면 그들이 경험을 쌓고 돌아오는 3~4년 뒤엔 우리 IT산업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벤처협회 창립멤버인 그가 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려는 것은 벤처기업특별법이 제정됐던 10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10년 전 굴뚝 산업이 경제를 지탱하던 시절엔 지식과 기술만으로 기업을 일구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담보가 없으면 창업자금을 구할 수 없었고, 자본금 5000만원이 안 되면 회사를 세울 수 없었다. 애써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도 '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외면 당하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이젠 기술만 있으면 돈과 판매처를 구할 수 있는 벤처 생태계가 서서히 조성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국방기술품질원의 국방 벤처 지원사업, 한국전력의 신기술 협력업체 투자금 조성, 중소기업청의 1조원대 모태펀드 추진 등을 근거로 들었다. 남은 문제는 사람이라는 것.

그는 "사람을 구하고 돈을 구하면 블루오션이 열리지만, 돈을 구하고 사람을 구하면 레드오션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인재가 한정된 조건에선 선발업체와 후발업체 간 스카웃 경쟁으로 사업이 제대로 될 리 없다는 얘기다.

그는 비트컴퓨터 부설 비트교육센터의 운영을 일본 취업과 연동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이 센터는 17년간 약 7400명의 프로그래머를 배출했다. 조 회장은 "센터 설립 목표는 '창조적 프로그래머' 양성에 뒀다"고 설명했다. 비트의 교육방식은 특별하다. 기초 프로그래밍 능력을 지닌 컴퓨터공학 전공자들만 뽑아 6개월 과정으로 1700여 시간 동안 집중 교육한다. 교육은 스스로 수행할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이를 완수하는 내용으로 짜여져 있다. 강사진은 수강생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 교육센터는 매년 평균 8대 1 정도의 수강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이 센터는 17년 중 13년간 적자를 냈다. 돈벌이보다 사회 환원을 위해 교육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대학은 직업교육보다는 지적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다양한 기초 학문 교육에 매진하고 전문인력 양성은 기업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최근 대기업들이 IT 인력 양성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글=임장혁,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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