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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마다 폭력배 고용(흔들리는 인도:1)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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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매일 20여명 정치소요 사망/테러와 보복테러의 악순환
인도는 지금 건기다. 비는 6월말부터 한달 남짓동안 계속되는 몬순계절에나 내린다. 이 기간을 제외하고는 아무리 찌푸린 날씨라도 빗방울을 뿌리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 22일 뉴델리 시민들은 이변을 겪었다. 돌연히 천둥 번개와 함께 우박과 폭우가 쏟아진 것이다. 그로부터 채 10시간이 지나지 않아 라지브 간디 전 총리의 암살뉴스가 전해졌다.
40도가 넘는 열풍이 불어오는 푹푹찌는 날씨로 되돌아온 23일 「세계최대의 민주국가」 총리이던 간디의 유해는 힌두교 절차에 따라 화염에 싸여 한줌의 재로 변했다.
인도에서는 매일 평균 정치적 소요와 관련된 사건으로 2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유혈사건 발생이 다반사다. 이제 인도는 민주주의가 평화보다 폭력의 힘을 더 믿는 것 같다. 그만큼 인도에서의 폭력현상은 사회·역사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 인도사회는 폭력에 찌들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그러나 뉴델리의 한 회사원 센 굽타(39)는 『인도사회가 유별나게 폭력적인 것은 아니다. 어느 국가에나 정치폭력은 있다』며 인도사회의 특수성에 의한 사회구조적인 폭력은 있을 수 없다고 이처럼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지난 84년 인디라 간디 총리의 암살과 이번 사건은 다른 점이 많기 때문에 84년과 같은 소요사태는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84년 시크교도들에 의해 저질러진 인디라 간디 암살은 뚜렷한 정치적 이유가 있었다.
이에 따라 국민의회파 지지세력은 보복테러를 감행했고 이는 집단과 집단의 대결양상으로 발전했다. 게다가 정부는 방관까지 했었다.
그러나 이번은 테러범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아 보복테러가 불가능한데다 정부가 즉각 치안유지에 나선 점에 차이가 있으며,무엇보다 84년의 수많은 희생자를 냈던 결과는 인도주민들을 반성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만일 라지즈 간디 암살에 마드라스의 지방정당인 드락시다 문네타르 카야감(DMK)이 관여한 것이 드러난다면 수천명의 희생자가 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굽타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폭력현상이 흔히 외부에서 지적하듯 종교분쟁이나 카스트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국에서도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군인들이 무력으로 집권하고 정치자금이 살포되며 학생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것처럼 인도에서도 정치적 현상으로서 폭력이 현재화한데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23일 암살사건 직후의 첫 소요사태에서 50여명이 살해된데 대해 굽타는 『하루 50명은 과거의 5천명에 비해 무시해도 좋은 적은 수다. 우리는 아주 많은 인구를 갖고 있다』며 농담을 던진다.
간디 암살이 대대적인 소요사태로 확대될 것을 우려하는 이방인에게 전혀 긴장할 것이 없다는 낙관적인 태도였다.
뉴델리 태생의 시다나(36)는 『지금의 폭력사태는 정치가 종교와 카스트를 이용하려는데서 생길뿐 종교와 카스트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굽타와 견해를 같이했다.
시다나는 지난해 국민전선의 비슈와나트 싱 당시총리가 불가촉 천민의 사회적 지위 상승기회를 늘려주는 만달코미션(MANDAL Commission) 법안을 추진하다가 대학생들이 분신자살을 감행하는 등 대학생들의 반발에 부닥쳐 저지됐던 사례를 든다. 언뜻 보기에는 대학생들이 계급적 이해관계에 따라 분신항의를 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카스트제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저지시키는데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정치발전의 주역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인도의 전국대학생연합등은 카스트의 전면철폐와 같은 (인도에서)비현실적 요구보다 교육기회 균등등 카스트제도의 현대화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므로 지난해 충격을 던졌던 대학생들의 분규사태는 빈민층의 지지를 유도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저지하고 시민의식의 각성을 촉구하는 정의로운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분신행위 자체는 자신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 현실을 벗어나 보다 상승된 신분으로 다시 태어나려는 힌두교의 종교의식이므로 외부에서 단순히 「인간부정」의 폭력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점이다.
갓 대학을 나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트리카(25)와 타논(25)은 『뉴델리·봄베이 등 대도시는 직업의식이 있을뿐 카스트는 의식하지도,의식할 겨를도 없다. 그러나 낙후된 농촌지역에서 그 유물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인도의 8억4천만 인구중 80% 이상이 농촌주민이다. 극단적인 빈부격차와 인습에 젖은 전근대적 요소는 여전히 인도의 민주정치에 장애물로 지적됐다.
이같은 배경에서 어느 정당이랄 것없이 폭력배를 고용해 테러와 보복테러를 되풀이하고 있는 「정치수준」에 대해 뉴델리 시민들은 개탄하고 있었다.<뉴델리=전택원특파원>PN J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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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 라지브 간디 장례식/국민의회당 동정여론 확산
TX 【뉴델리 로이터·AFP=연합】 고 라지브 간디 전 총리의 장례식이 24일 뉴델리에서 미망인 소니아 간디여사(43)를 비롯한 유가족들과 댄 퀘일 미 부통령,찰스 영국 황태자 등 세계적의 전·현직 고위지도자들과 인도주재 1백20여개국 외교사절 및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수만명의 국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힌두교 의식에 따라 국장으로 치러졌다.
간디 전 총리의 유해는 이날 오후 1시 빈소로 사용된 틴무르티하우스(네루기념관)로부터 그의 외할아버지인 고 자와하랄 네루 전 총리,어머니이며 전 총리인 고 인디라 간디여사,그리고 동생인 고 산자이 간디의 유택이 모여있는 야무나 강변의 샤토티 스트할(권력의 장소)에 운구된 뒤 화장됐다.
한편 장례식을 끝낸 국민의회당은 25일 당중진모임을 갖고 당총재 선출을 논의했다.
현재 간디 전 총리의 후계자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사람은 당원로인 ND 티와리 전 외무장관 및 우타프 라데시 주총리,나라시마 라오 전 외무장관,아르준 싱마다 프라데시주 당총재 등 3명이다.
국민의회당은 간디 전 총리의 피살에 따른 동정여론이 확산되자 의석획득에 유리한 입장에 있다고 판단,다음달 12일과 15일로 연기된 총선을 앞당겨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T N 세산 인도선거관리위원장은 암살사건으로 연기된 선거를 앞당겨 실시할 경우 혼란과 폭력사태만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총선은 예정대로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지브 간디 전 인도 총리 암살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인도경찰은 한 아마추어 사진작가로부터 사건당시 촬영된 비디오테이프를 입수,암살범 여인을 지목했으나 아직 그녀의 신원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관리들이 24일 밝혔다.
인도의 PTI통신은 이날 이 폭탄이 RDX(강력 고성능폭약)로 불리는 플래스틱 폭약으로 제조된 것이라고 말하고 폭탄은 암살범의 허리부근에 장치된 기폭장치에 의해 터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RDX폭탄은 일반적으로 군사작전에서 미사일 발사용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냄새가 없고 신축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많은 테러단체들이 빈번히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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