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야기] 채소·과일 하루 다섯 접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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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월요일 이색적인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름하여 '채소와 과일 많이 먹기'다. 채소와 과일이 풍부한 식단만으로 전세계적으로 해마다 2백70만명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채소와 과일을 적게 먹는 식사습관이 심장병의 31%, 대장암의 19%, 뇌졸중의 11%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도 내놓았다.

건강을 위해 세계보건기구가 제시한 하루 섭취 최소량은 4백g. 고기로 치면 3분의 2근에 해당하는 무게의 채소와 과일을 매일 먹어야 최소 기준치를 겨우 만족시킨다는 이야기다.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부피 개념으로 하루 다섯 접시의 채소와 과일을 먹어야한다는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건강을 위해 매일 먹어야 할 채소와 과일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영양 과잉으로 성인병이 범람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현대인의 식단에서 채소와 과일이야말로 다다익선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는데도 요령이 있다. 우선 굳이 건강 효과를 비교한다면 채소(야채는 일본식 표기)가 과일보다 한 수 위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채소는 섬유소와 미네랄은 물론 라이코펜 등 각종 항산화 성분이 과일보다 풍부하기 때문이다.

흠이라면 과일보다 맛이 없다는 것. 과일에 풍부한 과당이 채소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점이라기보다 장점으로 봐야 할 것이다. 과당도 엄연한 당분이므로 혈당을 올리고 살을 찌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체로 채소는 과일보다 값도 싸므로 건강을 위해서라면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겠다.

채소는 생 것보다 살짝 데쳐 먹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쉽게 말해 나물로 섭취하자는 것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데치는 과정에서 채소에 포함될 수 있는 유해물질들이 물에 녹아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발암물질이 많은 고사리를 그냥 먹게 되면 좋지 않으나 나물로 만들어 먹으면 안전한 것과 같은 이치다.

둘째, 거친 섬유소를 부드럽게 해주므로 위장장애를 줄이고 부피가 줄어 날 것으로 먹을 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채소를 먹을 수 있게 해준다. 우리나라 1백세 이상 장수노인들이 나물을 즐겨 먹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닌 셈이다.

과일은 종류별 접근법이 필요하다. 종류마다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비타민 함량으로 본다면 키위가 단연 최고다. 1백50g(키위 두 개)당 비타민C 함유량이 하루 권장량의 2.4배나 되기 때문이다. 키위 한 개만 먹어도 비타민C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키위 다음으론 딸기와 오렌지가 권장된다. 1백50g(딸기 8개, 오렌지 1개)당 비타민C가 하루 권장량의 1.6배(딸기), 1.3배(오렌지)나 들어있다.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사과나 배는 비타민이 거의 들어 있지 않다. 그나마 껍질에 몰려 있어 사과와 배를 먹으면서 비타민 섭취를 기대하는 것은 난센스다.

그러나 변비와 비만 예방에 좋은 섬유소는 사과와 배에 다량 들어있다. 사과 1개엔 5g(하루 섬유소 필요량의 20%), 배 1개엔 4g의 섬유소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섬유소가 필요한데 채소는 싫은 사람이라면 사과나 배가 좋겠다.

열량 면에선 바나나가 단연 으뜸이다. 바나나 2개(2백20㎈)만 먹어도 공기밥 하나의 열량(2백㎈) 을 웃돈다.

바나나가 뚱뚱한 사람에겐 좋지 않지만 짧은 시간 내에 힘을 발휘해야 하는 이른바 식사대용 과일론 적격인 셈이다.

특히 끼니를 걸러가며 일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과일을 고른다면 바나나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빈혈 예방에 좋은 철분은 사과에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론 딸기에 가장 많다. 철분이 필요한 임신부에겐 딸기가 좋은 것이다.

자두는 여성호르몬의 역할을 촉매하는 보론이 많이 들어 있으므로 갱년기 증상에 시달리는 폐경 여성들에게 권할 수 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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