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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한' 무주택자 '당황하는' 다주택자

중앙일보

입력

오는 9월 분양가 상한제 및 원가공개, 청약가점제 등이 한꺼번에 실시된다.

다양한 제도 시행을 앞두고 무주택자들은 '느긋'해진 반면 다주택보유자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 느긋한 무주택자=많은 네티즌들은 "드디어 집없는 사람들이 보상 받을 때가 왔다"고 떠들썩한 분위기다. 아파트값내리기운동모임의 한 회원은 "그동안 노력한 보람이 있다"며 "원가 공개 항목이 적기는 하지만 아파트 값 인하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부터는 좀 안심하고 기다리는게 좋을 듯 싶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 '8.31대책'과는 사뭇 다르다.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은 느긋하게 내집마련을 시도하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실시와 원가 공개 실시키로 함에 따라 가격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약 우선권마저 확실하게 보장해줌으로써 서두를 이유가 사라졌다.

주택공급예정물량이 넉넉한 것도 수요자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대목이다. 정부가 지난 '11.15대책' 당시 내놓은 '공급로드맵'에 따르면 내년부터 오는 2012년까지 수도권 신도시 등에서 매년 30만가구 이상의 주택이 쏟아진다.

구입자금이 모자라도 활용할만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판교 등에서 공급되는 전세형 임대, 시범분양되는 환매조건부주택이나 대지임대부주택도 고려대상이다.

해밀컨설팅의 황용천사장은 "이제부터 우선순위에 따라 차례대로 주택을 분양받게 됐다"면서 "무주택자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내집마련하려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당황하는 다주택보유자=반면 다주택자들은 분양가 상한제 및 원가공개로 주택시장이 하향 안정될 조짐을 보이자 당황하는 모습이다.

당초시세차익 목적인 다주택자들이 집 값 안정이 지속될 경우가 가장 큰 걱정은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이다.

서울 강남의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투기지역 담보대출을 1인 1건으로 제한하면서 다주택자들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팔자는 분위기가 확실해지면서 어느 정도로 가격을 낮춰야 제때 팔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아직은 급매물 속출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으나 '폭풍전야'의 고요와 같다는 설명이다.

실제 다주택 보유자들은 저금리 하에서 전세 보증금과 담보대출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집을 늘려왔다. 그동안 자기자본비율이 낮아도 집 여러 채를 보유하기가 용이한 환경이었으나 이제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 셈이다.

특히 양도세 중과, 종부세 인상,담보 대출 상환 압력 및 금리 인상 등 첩첩산중이다. 따라서 보유 효과가 적은 물건은 털어내자는 사람들이 차츰 늘고 있다는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재경부는 주택 5만-6만건이 1년 이내에 담보대출을 상환을 해야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스피드뱅크의 조민이연구원은 "다주택 보유자들은 최초로 만기도래하는 시점부터 1년 이내에 대출금을 갚아 1인 1건으로 줄여야하는 부담이 생겼다"면서 "다주택자들의 보유 물건이 매물로 실현될 경우 주택가격 하향세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담보대출만이 아니더라도 올해부터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으로 보유부담이 가중된 다주택자들은 자산 매각 등을 서둘러야하는 입장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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