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훈 김기설/경력·출신 판이한 동료간부/유서 필적논란 두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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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운동권 출신 내부업무만 담당/강/수배자접촉등 대외활동 전념/김
분신자살한 김기설씨(26)와 유서대필용의자로 지목된 강기훈씨(27)의 평소 관계와 경력이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김씨와 강씨는 재야의 중추단체인 전민련의 사회부장과 총무부장으로 분신직전까지 함께 실무적인 일을 맡아왔다.
그러나 두사람은 비슷한 연령과 직책에도 불구하고 경력과 업무성격이 판이해 그다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는 것이 강씨와 주변의 이야기다.
강씨는 82년 2월 서울 S고교를 졸업하고 그해 3월 D대 화학과에 입학,85년 3월 총학생회 사회부장과 삼민투 위원장이 됐으며 그해 9월 시위에 관련돼 제적됐다.
85년 11월18일 가락동 민정당연수원 점거농성사건으로 구속됐다가 87년 7월8일 가석방된 그는 89년 5월 전민련 민생대책위원회 간사를 거쳐 올해 3월부터 총무부장으로 일해왔다.
강씨가 대학운동권 출신인데 반해 김씨는 노동운동 경력을 인정받아 전민련에 가입한 케이스.
김씨는 65년 경기도 파주에서 1남2녀중 막내로 태어나 고향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S전기통신고교에 진학,83년 중퇴했다.
군복무를 마친뒤인 88년 5월 김근태씨의 연설에 감명을 받고 성남시 민청련 회원이된 그는 그해말부터 구리·성남시 등의 가구·봉제공장에 취업,노동자들을 상대로 노조결성등 노동운동에 몰두했다.
90년초 성남 J피혁공장에서 민청련 가입사실이 드러나 해고당한 김씨는 그해 11월 민청련의 추천을 받아 전민련에 가입,올해 1월 대의원총회에서 사회부장으로 선임됐다.
주위에 따르면 김씨는 원진레이온 산재대책위와 속초 동의전문대사태 대책위에 전민련 대표자로 참여했으며 수배자 접촉등 대외업무에만 전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강씨는 자금과 문서작성·관리 등 대내업무만을 전담해 두사람은 업무성격이 달라 그다지 긴밀한 관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강씨는 컴퓨터에 일가견이 있어 전민련의 모든 자료를 전산화시켰고 재야단체의 컴퓨터프로그램에 이상이 생기면 도맡아 고치는 등 뛰어난 실무자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강씨는 평소 과묵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자신의 업무와 관계되지 않는 일에는 함부로 나서지 않지만 일단 말문을 열면 총학생회 간부출신답게 조리있고 논리적으로 상대를 설득해 나가는 언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면에서 대조적인 두사람이 「인간적인 관계」를 갖게 된 것은 강씨가 1월22일 대학후배 홍모양(25)을 김씨에게 소개시켜 준 뒤였다.
전민련 관계자들은 홍양을 소개해준 뒤에도 두사람의 관계에는 친밀성을 더하는 등의 변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강씨도 김씨 분신이후 홍양을 만난 것은 김씨와 자신의 특별한 관계,또는 숨겨야할 부분이 있어서가 아니라 대학후배인 홍양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이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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