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세시장 겨울잠

중앙일보

입력

서울ㆍ수도권 아파트 전세시장이 깊은 겨울잠에 빠졌다.

예년 같으면 새 학기를 앞두고 전세시장이 바쁘게 움직일 시점이지만 올해는 다르다. 경기가 위축되면서 넓은 평형으로 전셋집을 옮기는 대신 기존 전셋집에 눌러앉는 경우가 많아 전반적으로 신규 전세 수요가 줄었다.

게다가 지난해 가을 집값 급등기 때 내집마련에 나선 전세세입자들도 많아 전세물량은 예년에 비해 늘어났다. 이 때문에 전셋값이 내림세로 전환한 곳도 속출한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5% 오르는 데 그쳤다. 전세 선호지역으로 꼽히는 송파구(-0.11%),양천구(-0.04)는 오히려 전셋값이 내렸다.

송파구의 경우 잠실 4단지를 재건축해 지난해 말 입주 개시한 레이크팰리스(2678가구)에서 전세물량이 많이 나와 전셋값이 약세다. 낡은 아파트 대신 새 아파트인 레이크팰리스로 전세를 옮기는 경우가 많아 기존 아파트 전세시장이 썰렁해졌다.

송파구 잠실동 두리공인(02-420-1800) 박수현 사장은 “잠실5단지에선 전세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비어있는 집도 있다”고 전했다.

양천구 전세시장엔 예년과 달리 학군 수요가 줄었다. 양천구 목동 쉐르빌공인(02-2646-6292) 조희창 사장은 “인기 중학교에 배정을 원하는 학생들의 수가 워낙 많아 지금 이 지역에 전세를 구해도 원하는 학교에 배정받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하이페리온Ⅱ(아파트 576가구ㆍ오피스텔403실)에는 전세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불꺼진 집’으로 남아 있는 가구가 많다.

수도권도 안정세 뚜렷

수도권 전세시장도 안정세가 뚜렷하다. 이번 주 수도권 전셋값은 평균 0.19% 올랐다. 동두천시(0.92%), 용인시(0.50%), 양주시(0.33%), 남양주시(0.30%), 의정부시(0.29%)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올랐고 광주시(-0.21), 구리시(-0.04%) 등은 내렸다. 광주시의 경우 새 학기를 앞두고 학군 선호 지역인 분당 등으로 전셋집을 옮기는 경우가 많아 전셋값이 약세다.

반면 용인시는 2년 동안 오른 전셋값을 반영해 새로 전세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 상현동(1.78%), 신봉동(1.04%), 풍덕천동(0.98%) 일대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풍덕천동 황금부동산(031-263-6400) 황경옥 사장은 “이 지역엔 봄 새 학기 를 앞두고 전세를 구하려는 전세수요자가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5개 신도시는 0.08%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중형평형(0.04%)과 대형평형(0.01%)은 거의 움직임이 없다. 지역별로는 일산(0.32%)만이 비교적 높은 상승세를 보였고 중동(0.07%), 평촌(0.05%), 분당(0.03%)은 보합세다. 산본은 오히려 0.09% 내렸다. 산본 D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가을에 투자목적으로 소형 아파트를 산 투자자들이 전세세입자를 찾는 경우가 많아 전세시장이 약세”라고 전했다.

조인스랜드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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