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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now] 베이징에 '대학생 가정부' 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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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학생과 가정부가 충돌했다'. 고개가 갸웃거려질 얘기지만, 이는 중국 신문들이 최근 사회면에 실제로 뽑은 제목이다. 쓰촨(四川)성 충칭(重慶).청두(成都) 등지에 문을 연 촨메이쯔(川妹子) 가정복무공사가 조직한 대학생 가정부들이 2일 아침 '쓰촨 대학생 입경(入京) 활동단'이란 깃발을 앞세우고 베이징(北京)역에 도착해 활동에 들어갔다. 2002년 첫 대학생 가정부의 입경 활동을 시작한 이래 2003, 2005년에 이어 네 번째다.

행사를 기획한 촨메이쯔의 구(顧)모 단장은 "베이징에서 가정부로 6개월~1년 정도 일하겠다고 지원하는 지방 대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앞으로 대학생 모집을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가정부로 일하려는 이유는 뭘까. 가정부 일자리를 잡은 시난(西南) 민족대학 영문과 4학년의 장징(張晶.20)은 "세상 경험과 자기 단련에 최적의 조건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골 학생이 수도에서 일자리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선 자격증 등 법적으로 걸리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가정부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둘째는 보수다. 청두의 대학생 멍친궈(孟勤國.21)는 "대략 1800위안(약 22만원)을 월급으로 받는다"고 소개했다. 일반 가정부의 두 배가 넘고, 다른 직업보다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소개해 준 복무공사에 20% 정도의 수수료를 떼어줘도 시골 대학생들에겐 거금이다. 이 정도면 졸업 때까지의 학비는 물론 생활비까지 충당할 수 있다.

셋째는 근무조건이다. 가정은 안락하고 깨끗하며 먹을 것도 풍부하다. 시골 학생들이 이런 부업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시골 대학생들의 가정부 진출이 점차 활기를 띠자 일반 가정부들이 들고 일어났다. 베이징 가정협회의 리다징(李大經) 회장은 성명을 내고 "가정부 일은 많이 배운 대학생과는 맞지 않는다"며 "대학생은 마땅히 자기의 능력에 걸맞은 일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럼에도 베이징 시민들은 대학생 가정부를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시난 민족대학의 장징을 고용한 자오(趙) 여사는 "장징이 우리 집에서 도와줄 수 있는 일이 너무 많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청소.빨래.취사 등 기본적인 집안일 외에 장징은 영어로 된 수입품 가전제품의 설명서 해석, 자녀 공부 지도 등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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