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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뉴욕 메트' 오페라 남녀 주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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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성악가라면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꿈의 무대'에 한국인 성악가들이 주역으로 출연한다.

10일 밤(현지 시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무대는 '한국의 밤'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이날 공연하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 각각 비올레타와 그의 연인 알프레도 역으로 출연하는 소프라노 홍혜경(47.(左))씨와 테너 김우경(30.(右))씨가 화제의 주인공이다.

127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메트에서 동양인이 남녀 주인공으로 동시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인 성악가가 메트에 주역 가수로 출연한 것은 소프라노 홍혜경.조수미.신영옥, 베이스 연광철씨에 이어 김우경씨가 다섯번째지만 테너로서는 이번이 데뷔 무대여서 한국 성악계의 쾌거다.

김우경씨는 올해 메트에서 15회 상연되는'라 트라비아타'가운데 7차례나 출연한다. 그중 홍씨와는 다섯 차례 커플로 나온다.

'라 트라비아타'는 영화감독 프랑코 제피렐리가 1998년 자신의 75회 생일 기념으로 새로 무대를 제작해 9년째 공연 중인 메트의 '간판 작품'이다. 홍혜경.김우경 커플은 지난해 8월 22일~9월 1일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메트의 야외 콘서트 오페라'라 트라비아타'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84년 동양인 최초로 메트의 주역 가수로 데뷔한 홍씨에게도 '라 트라비아타'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다. 1982년 메트 콩쿠르에서 우승한 다음 비올레타 역을 제의받았으나 '아직 이르다'며 정중히 사양했다. 그후 22년의 세월이 흐른 2004년 5월에야 워싱턴 오페라에서 '라 트라비아타'에 출연했다.

김씨는 자신이 주역 가수로 있는 드레스덴 젬퍼 오퍼를 비롯해 뮌헨 슈타츠오퍼, 프랑스 보르도 오페라 등지에서 알프레도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99년 한양대 성악과 재학 중 중앙음악콩쿠르에서 1위에 입상했으며 뮌헨 국립음대를 졸업한 뒤 2002년 바르셀로나 비냐스 콩쿠르 1위에 입상했다. 2004년 도밍고 국제 성악 콩쿠르에 한국인 테너로는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2003년부터는 독일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드레스덴 젬퍼 오퍼(1627년 창단)의 주역 가수로 활동 중이다. 그해 드레스덴을 방문한 메트의 캐스팅 감독은 김씨가 이틀 연속 주역으로 출연한 '장미의 기사'(R 슈트라우스), '돈 조반니'(모차르트)를 눈여겨 봤고, 이듬해 도밍고 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도 참가한 뒤 그를 스카웃한 것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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