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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한국 편 들어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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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가 지난 10일 미국의 철강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에 대해 최종 패소 판결한 이후 WTO 분쟁조정에 들어간 우리나라 D램 반도체와 조선 분쟁의 처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일단은 철강 분쟁에 대한 판정이 반도체와 조선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WTO가 미국 등 강대국의 일방적인 주장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 유리한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덤핑 여부가 핵심인 철강과 달리 반도체와 조선은 정부가 보조금을 주며 기업구조조정에 개입했느냐가 관건이어서 WTO 판결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분쟁=미국과 유럽연합(EU)은 하이닉스에 대한 조사를 통해 한국 정부가 하이닉스를 회생시키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해 자국 반도체 산업이 피해를 봤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D램 반도체에 대해 미국은 44.29%, EU는 34.8%의 상계관세를 각각 부과했다. 하이닉스의 경쟁기업인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독일의 인피니온의 제소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한국은 지난 8월 미.EU의 상계관세 부과가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했다. 정부는 다음달 1일 WTO에 분쟁 패널 설치를 요구할 방침이다. 1심 판정이 9개월 내, 최종 판정이 60일 이내에 이뤄져도 패소국이 최장 15개월까지 이행을 늦출 수 있어 WTO 판정이 효력을 발휘하는 데는 2년 이상 걸리는 셈이다. 하이닉스는 이 기간 미국 유진공장 웨이퍼의 국내가공 수출이나 비관세 지역을 통한 우회 수출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조선 분쟁=EU는 지난해 10월 한국 정부가 대우.삼호.STX조선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 금융회사들을 동원해 출자전환과 이자 감면, 상환 일정 조정, 수출입은행의 선수금 환급 보증 등을 해줬다며 WTO에 제소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 9월 EU도 영내 선박 회사에 대해 운영보조금 등 각종 명목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맞제소했다.

정해관 외교통상부 통상법률지원팀 서기관은 "WTO가 미.EU와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절충하는 형태로 판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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