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외국인 수용시설 부족 해프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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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부가 불법 체류 외국인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기로 했지만 정작 이들을 수용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해 갖가지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청은 12일 불법 체류자를 경찰서 유치장에 수용하라는 법무부의 지시에 공식적으로 불가 입장을 통보했다. 유치장은 보호시설이 아닌 '구금시설'이어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 가능성이 크며, 유치장 공간도 그다지 여유가 없다는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체류자들을 철창 속에 가두면 외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그동안 여러 차례 법무부와 국무조정실에 유치장 수용안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계획이 철회되지 않아 문서로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자 법무부는 유치장 수용계획을 즉각 취소했다. 또 구치소.교도소.소년원 등 교정시설에 수용할 계획도 철회했다. 법무부는 경기도 화성의 외국인보호소와 전국 15곳의 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실이 모두 합쳐 1천여명만 동시에 수용할 수 있어 최근 김천과 천안소년원을 예비 수용시설로 지정했었다.

법무부는 이날 대책회의를 열고 영종도의 청소년수련원을 활용하고 인천공항 근처에 임시 막사를 짓는 방안도 검토했다 이 또한 포기했다. 건축비용 조달 문제와 주민 반발을 걱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최수근 법무부 출입국관리국장은 "모든 업종에 대해 획일적으로 단속하기보다 건설.서비스.유흥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최대한 빨리 출국시켜 수용장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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