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전 조일신문 기사 베껴/공동통신 지방지 공급 들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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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숫자로 풀어쓴 건강칼럼… 집필자도 시인
일본의 유력통신사 교도(공동)통신이 전국 지방지에 공급한 기획기사 시리즈가 17년전 아사히(조일)신문의 연재기사를 거의 그대로 베낀 것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일본 언론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공동통신사는 12일 후루사와(고택양) 상무이사와 사이다(재전일로) 편집국장이 회사를 대표해 기자회견을 자청,이 사실을 시인하는 한편 사과기사를 문제의 연재기사 게재지에 보내고 기사를 쓴 기자에게 엄한 징계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제의 기사는 지난해 4월부터 금년 3월에 걸쳐 이 통신사 의학담당 편집위원(49)가 단독 집필한 「몸의 수자학」을 지방신문 28개지가 이를 받아 연재해 왔다.
이 기획은 인체의 각 부분 기관을 숫자 데이타를 활용,알기쉽게 설명한 건강 관련 칼럼기사다. 공동통신의 기사 표절사실은 이사히신문사가 지난 4월26일 도야마(부산)현 북일본신문에 게재된 「몸의 수자학」 기사가 17년전의 아사히 연재물 「신해체신서」와 내용이 똑같다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만천하에 드러났다. 「신해체신서」는 아사히신문이 74년부터 75년까지 연재한 인기칼럼기사로 76년 같은 이름으로 출판까지 했던 것이다.
공동통신사의 조사에 따르면 동사가 송고한 「몸의 수자학」 연재물 51회 가운데 독자적으로 썼다고 생각되는 기사는 4회뿐이고 『나머지 47회중 15회는 부분적으로,32회는 아사히의 「신해체신서」와 완전히 유사한 기사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사를 쓴 공동통신의 편집위원은 『기자로서 모럴에 반한 것으로 시인한다』고 기사도용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14일 이사회의 정식 징계처분을 앞두고 이미 출근정지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다 편집국장은 이같은 기사도용 사실에 대해 『저널리즘활동의 규범에 반하는 심각한 사태로 깊이 반성,사과한다. 사내에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최대한의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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