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진 가두시위… 6공 최대 시련/한국의「5월」…미·유럽·일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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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책불신 탓… 권력누수 당겨질 수도/미국/권력층 비리·고물가·공해등이 원인/유럽/수습 늦어지면 남북 관계에 악영향/일본
강경대군 피살사건으로 시작된 한국의 정치적 위기는 한국정부의 정책 실정에 따른 국민의 불신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노태우 대통령은 심각한 정치적 난국에 직면해 있다고 미국·유럽·일본 언론들이 논평했다.
다음은 각국 언론의 한국 시위사태에 대한 사설·논평 등 기사의 요지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해설기사를 통해 『노대통령이 외교에서 몇가지 성과를 거두었으나 최근의 공해사건,정부관리들의 독직사건 등 때문에 국내에서의 위상이 매우 침체되었다』며 이러한 국내문제들이 데모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노대통령이 과감한 외교정책과 최근의 지방의회 선거등으로 국제사회에서 지지를 얻고 있으나 구시대의 과격한 불만세력과 이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대응이 데모의 확산을 촉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서울의 외교소식통을 인용,『한국의 중산층이 이번 시위를 지지하는 징조는 아직 없다』고 보도하면서 지난 87년의 시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근로자와 중산층의 광범한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욕 타임스는 또 유엔에 가입을 희망하고 지역정세에서 좀더 강한 발언권을 갖기를 원하는 한국정부는 국제사회에 온건한 이미지를 심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 이번 폭력사태가 이를 손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 모니터는 한국 고위층의 부패,대규모 공해물질 유출사건,부동산 값의 앙등 등이 불만을 야기시켰으며 일반국민들은 학생들의 데모에 싫증을 느끼고 있는데도 이러한 정부의 실정때문에 데모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 모니터는 이번과 같은 사태가 임기를 2년도 남기지 않은 노대통령에게 권력누수 현상등 더 빠른 집권후반현상을 가져올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워싱턴 타임스도 최근의 잇따른 시위가 노대통령의 정치위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유럽◁
프랑스 권위지 르몽드는 10일 1면 사설로 서울의 시위사태를 다루고 이번 사태는 권력층의 잇따른 비리와 집권당의 내분,인플레·공해문제 등에서 비롯한 사회적 긴장과 불만이 근본적 배경을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이른바 북방외교 성공으로 노대통령의 국제적 지위는 전례없이 확고해졌으나 사망학생의 장례식이 열리는 14일은 한국정부에 어려운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지는 10일 한국의 이번 시위사태가 비록 극적이긴 하지만 한국정부에 위협을 가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서울발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권퇴진을 요구하는 한국 대학생들의 주장이 6·29선언이 있었던 87년 경우와 달리 폭넓은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이는 사회적 안정을 바라는 중산층이 한국사회의 두꺼운 층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파리=배명복특파원>
▷일본◁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은 11일 노대통령이 대외정책의 성과에도 불구,소요하는 국내정세를 안정시키지 못한다면 한반도안정과 남북대화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고 논평했다.
이 신문은 한국에서 힘과 힘의 대결이 계속되는한 이제 싹트기 시작한 한국의 민주화와 안정은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불안정한 국내정세는 일·북한 교섭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마이니치(매일)신문은 이날 한국이 현재의 국제적 지위를 차지하게 된데는 착실한 민주화진행에 대한 평가와 실적이 그 배경에 있다고 전제하고 군대투입등의 어리석은 사태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이 신문은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은 순탄한 외교와 허점투성이 내정 등 두가지로 특징지워진다고 분석하고 학생들의 반정부운동은 물가앙등·범죄다발·정치부패 등에 대해 유효하게 대처하지 못한 한국정부의 통치력부족에 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특히 이승만 정권붕괴 후 잠시동안의 민주·자유분위기를 틈타 범죄급등·학생데모 등이 일어났고 결국 군사쿠데타로 이어졌다고 지적하고 이번의 한국사태는 매우 중대한 국면에 놓여있다고 말했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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