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성형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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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성형외과를 찾는 환자들은 모두 급하다. 수술이 몇시간이 걸리는지, 언제 자연스럽게 수술부위가 가라앉는지, 또 비용은 얼마인지 등등 한꺼번에 모든 것을 알려고 한다.
물론 궁금한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수술이라는 것은 결코 일방통행이 될 수 없다. 사람에 따라, 또 시기에 따라 다르다. 같은 의사가 같은 사람을 수술해도 결과가 다틀 수도 있다. 그러므로 그에 대한 천편일률적인 설명은 어렵다.
또 수술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다. 의사들이 도깨비 방망이를 휘둘러 미남·미녀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 누가 무슨 수술을 했는데 이렇게 됐다』며 사진까지 들고 와 그대로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미의 기준이라는 것은 시대 상황에 따라 변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성형수술이 이렇게 발달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이 예쁘다고 해서 우리 모두가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해 보자. 세상은 큰 혼란에 빠질 것임에 틀림없다.
본인은 아무리 원해도 의사들이 그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수술 전에는 대부분 환자들이 「과대망상적」인 기대를 갖게 마련이다.
아무리 성형수술이라 할지라도 메스와 바늘을 사용하는 수술일 뿐이다. 따라서 원래의 바탕과 재료·체질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수술 후에는 그 만큼의 불만으로 남는다. 한번 불만을 가진 사람은 재수술을 아무리 잘해도 소용이 없다. 불만의 찌꺼기까지 수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때 붐을 일으켰던 문신 성형이 그 좋은 예다. 서양 여성들은 잠을 잘 때도, 어려운 어른을 뵐 때도 짙은 화장을 한다. 거의 24시간 화장한 얼굴로 산다. 반면 화장한 얼굴도 그럴 때면 다 씻어내는 것이 우리의 관습이다. 그런데 무조건 그들의 기술만을 좇아 대책 없는 문신수술들을 강행한 것이다. 요즘에는 또 문신을 지우는 성형수술이 성행한다. 아무리 해도 그 자국은 남아있고, 원래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다. 모든 수술이 그렇다. 일단 수술을 하고 나면 다시는 제 모습을 찾을 수 없는데도 어느 날 불쑥 찾아와 원래대로 다시 수술을 해달라고 한다. 수술을 하고 나니 차라리 안 했을 때가 나았다는 것이다.
옷 한벌을 사면서도 이집 저집 흥정을 하는 사람들이 여자들이다. 그러나 자신의 몸에 칼을 댈 때는 참 용감무쌍하다. 의사들에 대한 관대함도 대단해 의사들의 얘기는 그대로 믿어버린다.
결과가 나온 다음에야 울고불고 땅을 친다. 성형수술이 모두 안 좋다는 얘기는 아니다. 우선은 과대망상적 기대를 벗어 던지고 차분히 자기에게 맞는 수술이 어떤 것인가를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성형수술도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겠다.
◇필자약력 ▲부산출생(48세) ▲서울대 의대 졸(67년) ▲미국뉴욕 마운트 사이나이대 일반외과 전문의(75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의대 성형외과 전문의(77년) ▲마운트 사이나이대 성형외과장(79년) ▲고려대 의대 구로병원 성형외과장(83년) ▲인제대 의대 서울 백병원 성형외과장(88년∼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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