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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 굶주리는데 손님엔 진수성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IPU총회 취재한 독 언론 보도/외부와 차단된 「멋진 신세계」만 소개
지난 4일 폐막한 제85차 국제의회연맹(IPU) 평양총회를 취재한 독일 언론들은 북한의 참담한 주민생활,김일성 주석 부자의 호사스런 생활과 독재테러정치에 대한 비판기사를 일제히 실었다.
독일의 시사주간지 데어 슈피겔,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프랑크푸르트 룬트샤우,디 벨트 등은 북한 김일성은 체제유지를 위해 가공할 테러정치와 강제주입식 사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북한의 위대한 지도자는 손님들에게 철갑상어알을 대접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는 기사에서 북한 권력 승계예정자인 김정일은 간질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음은 이 신문의 북한취재기사 요약이다.<편집자주>
「위대한 지도자」는 베르사이유궁을 능가하는 호화판 궁전에 살고 있다. 잘 가꿔진 정원에는 꿩이 노닐고 있고 고급목재로 된 문 뒤로 시중드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대리석 로비에는 분수가 뿜어나오고 있다. 그의 개선문은 차르황제의 것보다 크며 그 계단은 로마의 계단보다도 넓다.
79세의 김일성은 바깥세상의 변화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옛날 방식으로 북한을 지배하고 있다.
외부세계에 대해 북한 주민들은 국영 언론매체들에 의해 걸러진 내용만을 접할 수 있을뿐이다. 북한처럼 국민을 외부세계와 철저히 차단하는데 성공한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현지의 외국 외교관들조차도 북한 주민들과의 개인적 접촉이 불가능한 상태며 서방기자들도 가끔 농촌등을 방문하게 되지만 모두가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생각을 하는 「아름다운 신세계」를 소개받을 뿐이다.
모두 「위대한 지도자」를 사랑하고 나라에 대해 만족하고 있으며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있다고 한다.
김일성대학의 독일학과 주임교수는 『대학을 통틀어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며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이 대학의 한 학생은 『다른 나라에서는 학생들이 반정부시위를 벌이지만 우리는 정부를 찬양하기 위해 시위를 벌인다』고 했다.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극히 제한적이긴 하지만 개혁과 개방정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서방관측통들은 김일성의 생전에 북한에서 변화가 일어나거나 한반도가 통일되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일성 사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정확히 예상할 수 없지만 경제적 어려움에 의해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많다.
김의 후계자로 지명된 그의 아들 김정일은 간질병환자라는 소문이 있다. 또 그는 정치보다는 여자에 관심이 많다는 얘기도 있고,국민들 사이에 인기가 없다는 말도 들린다.
북한 주민들이 개인숭배나 권력의 대물림에 대한 외국인의 질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북한의 김일성왕조에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주고 있다. 능력이 없는 자신의 아들을 후계자로 지명함으로써 독재자(김일성)는 너무 멀리 전진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도 그가 죽은 다음에나 제기될 것이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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