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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레포츠 상가|불황 모르는 스포츠용품 1번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남북 단일 여자 탁구팀이 세계를 제패한 후 탁구 라켓과 탁구대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서울 동대문시장 주변 거리는 스포츠용품 판매상들이 진을 치고 있는 20여년 전통을 자랑하는 운동 용구의 메카. 상인들은 『낭자군 탁구팀의 승전보는 탁구 용구 판매 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즐거운 비명이다.
우리 나라 최초의 현대식 운동장인 동대문운동장이 개장한 것은 26년 3월. 그러나 스포츠용품 판매상들이 문을 열기 시작한 것은 스포츠 붐이 일기 시작한 70년대 초반부터다.
종로 일대에 분산돼 있던 상점들이 이 일대로 이동, 현재는 3백여 점포가 성업중이다.
『축구·야구 등 인기 종목은 물론 게이트볼·우슈 등 새로 소개된 종목의 경기용품 등 없는 것이 없습니다.』
70년 초부터 20여년간 이 거리를 지켜온 「신성사」주인 소재호씨 (47)의 설명.
운동장·야구장 주변에 들어선 48개 점포를 주축으로 이웃 흥인·덕인 시장, 맞은편 을육 스포츠 도매 센터 일대 5백여m 가로변은 스포츠용품점 일색.
운동장 벽면에 창고 형태로 붙어있던 점포들은 86년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전 모두 개수, 쇼윈도 점포로 말끔히 단장됐다.
『70년대 초 이 거리에 들어선 스포츠용품 판매상은 20여개소에 불과했어요. 그러나 고교 야구 붐 등으로 스포츠 붐이 확산된 70년대 후반부터 점포가 급격히 늘기 시작했지요.』
소수 선수층 위주의 스포츠가 대중화되면서 스포츠 용구의 수요 또한 급격히 늘었고 이는 스포츠 용품 판매상들의 성업을 도왔다.
4∼5년 전만 해도 헬스클럽에서나 볼 수 있었던 헬스 기구를 이제는 웬만한 가정이면 하나쯤 갖추고 있을 정도로 스포츠가 생활화됐다.
스포츠 용구의 종류·패션도 다양해지고, 기능도 첨단화되고 있다.
빨간색 배구공·오렌지색 탁구공 등 다양한 색상의 스포츠 용구들이 진열된 쇼윈도.
나무·철제·알루미늄 테니스 라켓 등은 이제 사라진지 오래고 강도·탄성이 뛰어난 탄소섬유, 보론 등 첨단 고급 재질의 라켓이 등장, 인기를 모으고 있다.
땀 흡수·통풍·충격 방지 등 인체 공학적 실험 없이 제조된 스포츠의류·신발 등은 발붙이기도 힘든 실정.
올림픽 메인 스타디움 등 대단위 운동 경기장이 잠실에 들어서면서 동대문 경기장 전성기는 막을 내렸으나 스포츠용품 점은 여전히 호경기를 맞고 있다.
대한 운동구 공업 협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스포츠 용품 시장은 1천억원 규모. 이중 30%정도가 동대문에서 유통되고 있다.
동대문 스포츠용품 상가에는 각종 스포츠용품을 판매하는 잡화점식 점포가 대부분이지만 1∼2개 종목만을 취급하는 전문점이 늘고있는 추세.
『글러브와 방망이·공만 갖고 야구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동네 꼬마 야구단도 헬밋, 포수·심판용 마스크·프러텍터, 홈플레이트 등을 모두 갖추어놓고 시합하죠.』
야구용품만도 2백가지 이상을 취급하는 야구인의 집 「자이안트 스포츠」 대표 김종원씨 (38)는 『직장인 야구팀 등 순수 아마 팀의 증가로 야구는 이제 보는 야구에서 즐기는 야구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권투용품 전문점인 「유양 스포츠」 (대표 유연수·41)는 프로·아마를 망라한 국내 거의 모든 권투 선수들의 팬츠를 도맡아 제작하고 있다.
권투 심판 10년 경력의 유씨는 17차 세계 타이틀 방어 기록을 가진 유명우 등 세계 챔피언 10여명이 단골손님이라고 자랑한다.
「인터스포츠」 (대표 양한창·35)는 태권도·유도·합기도·쿵후·우슈 등 무도용품과 무도복 전문점.
청와대 경호실·국가 대표 선수·군부대 등에도 무도복을 납품하고 있으며 최근 전지 훈련 차 한국에 온 중국 유도 팀에도 이를 제공할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다.
스포츠 용구가, 고품질화·첨단화되면서 가격도 천차만별.
그러나 이 거리에서 구입할 경우 다른 지역보다 10%정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또 고객의 기호에 따라 어떤 용구든 선택이 가능하도록 전 스포츠용구가 망라되어 있다는 점도 이 거리 스포츠용구 판매상의 장점이다. <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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