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56㎞ 강풍도 못 말려 '씽~ 바람과 함께 돌아온' 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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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타이거가 누군데."

한때 비제이 싱(피지)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이렇게 비웃었다. 직접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캐디가 그렇게 쓰인 티셔츠를 입고 대회에 나왔다. 그럴만한 실력이 됐다. 싱은 2003년과 2004년 2년 연속 상금왕이 됐고 2004년 올해의 선수상을 탔으며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다.

그러나 2005년 우즈에게 밀렸고 2006년엔 단 1승에 그쳤다. 현재 세계랭킹은 7위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다시 칼을 갈고 나온 것 같다.

비제이 싱이 7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의 카팔루아의 플렌테이션 골프장에서 벌어진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 개막전 메르세데스 벤츠 챔피언십 3라운드에서 3언더파 70타를 쳐 중간 합계 11언더파를 기록했다. 사흘 내내 시속 56㎞의 강풍이 분 것을 감안하면 훌륭한 성적이다. 공동 2위 애덤 스콧(호주), 트레버 이멀만(남아공)에게 3타 차 앞선 선두다.

싱은 자신감이 넘쳤다. 샷을 한 후 공이 잘 맞았다는 듯 특유의 흐뭇한 표정을 자주 지어 보였다. 세계랭킹 1위 당시 쓰던 벨리퍼터를 다시 들고 나왔기 때문인지 그린 위에서도 안정적이었다. 이번 대회에 나오지 않은 우즈와 필 미켈슨(미국)은 TV를 보면서 싱의 선전에 적잖이 신경이 쓰일 것으로 보인다. 세 선수는 개와 고양이처럼 으르렁거리며 지내는 사이다.

싱이 이번에 우승한다면 샘 스니드가 세운 40세 이후 최다승(17승) 기록을 깬다.

한편 최경주(나이키골프)는 중간 합계 2언더파 공동 10위를 기록, 개막전 톱 10 가능성을 밝혔다. 1라운드 4언더파 공동 선두에 올랐던 그는 2라운드 4오버파로 물러섰다가 3라운드 2언더파로 반등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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