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작가회담 촉구 결의안」가결/국제펜클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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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인권 문제삼아 일부서 반대/“다음총회에 인권상황 보고”단서
남북한 작가들간의 접촉과 교류를 적극 촉구하는 결의가 국제펜클럽대회에서 정식 채택됐다.
지난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폐막된 제55차 국제펜클럽대표자대회는 한국본부(회장 전숙희)가 제의한 「남북한작가회담촉구 결의안」을 가결하고 이 결의문을 국제펜클럽 본부와 유네스코의 이름으로 북한작가동맹에 전달키로 했다.
이 결의문은 「강대국에 의해 남북으로 분단된 이후 양측 작가들간에 일체의 접촉이 없어왔음을 개탄하면서 남북작가들간의 대화가 서로의 문학교류증진은 물론이고,나아가 한반도 통일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확신하에 펜클럽 한국본부와 북한작가동맹간의 조속한 회담 개최를 촉구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결의안의 채택에 따라 국제펜클럽본부는 유네스코후원으로 내년중 서울에서 개최되는 아시아문학세미나에 북한작가들의 참석을 우선적 과제로 추진키로 했다.
한편 이번 결의안은 한국의 인권상황을 문제삼는 일부 국가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닥쳐 우여곡절끝에 통과됐다.
한국본부의 이번 제의에 대해 미국·스웨덴·덴마크·독일 등의 펜본부관계자들은 ▲작가 황석영씨의 귀국금지문제 ▲북한방문을 기도한 작가들의 투옥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결의안 채택에 강력히 반대했다.
특히 펜클럽의 투옥작가위원장인 스웨덴의 토머스 폰 베게사크는 『북한작가와 만나겠다고 판문점까지 간 작가들이 모두 투옥되는 마당에 작가교류를 촉진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우선 이들부터 석방하라』며 필사적인 반대주장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약 1시간에 걸친 열띤 토론끝에 남북한작가간의 대화 자체가 나쁠 것은 없지 않느냐는 원칙론이 우세를 보여 결의안이 가결됐지만 남북한의 인권상황과 투옥작가현황을 조사,다음 11월 총회때 보고한다는 단서가 결의안 채택의 조건으로 따라붙게 됐다.
전회장과 함께 이번 대회에 참석,한국측의 입장을 설명하느라 애를 먹은 이현복 서울대교수(한국본부전무·현바르샤바대 초빙교수)는 『한국이 세계유일의 분단국이라는 현실과 함께 작가교류 자체는 좋은 일이 아니냐는 말외에 달리 할말이 없었다』고 우리측의 궁색했던 입장을 전했다.
전회장은 한국의 실정법과 이번 결의안간에 상충의 소지가 있을 수 있음을 시인하고,이번 결의안 채택이 국내적으로도 남북한작가교류를 합법적으로 뒷받침하는 계기가 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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