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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이란/국경충돌 잇따라 전쟁터질까 불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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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란 시아파 지원군 이라크가 진압/양측 영내로까지 공격 잦아/이란선 이라크기 반환거부
이라크남부 시아파 회교도들의 반란이 이라크정부군에 의해 진압된 후 이란­이라크 국경지대에서 사소한 국경충돌이 계속되고 있어 양국간 전쟁재발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 정보소식통과 행정부관리들의 분석을 인용한 최근 뉴욕타임스지 보도에 따르면 이란 이라크 국경사태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고 이것이 전쟁으로 확대될지는 속단할 수 없지만 8년전쟁이 시작된 80년 9월과 비슷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라크 정부군의 시아파 회교반군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과 이란의 걸프전중 피신한 이라크 민간 및 전투기의 몰수계획이 양쪽 정부와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란­이라크 국경 충돌은 걸프전 종전 후 크게 늘어났으나 최근엔 양쪽 군대가 국경을 넘어 상대방의 군사기지등을 공격하는 양태로 발전하고 있다.
걸프전이 종결되자 이란은 이라크 시아파 망명세력인 바르드군이 이라크내에 침투,시아파반란을 지원토록 허용했었다.
이들이 중무장한 이라크군에 적수가 되지 못하고 시아파 반군등과 함께 이라크 정부군에 의해 진압되자 최근엔 이란 혁명수비대가 자주 국경을 넘어 이라크 국경초소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란군이 이라크에 본부를 둔 반이란 정부세력인 무자헤딘 할크의 캠프등을 공격하는등 대 이라크 공격이 최근 수차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란­이라크 전쟁때 프랑스에서 추방된 마사우드 라자비가 이끄는 반이란 무자헤딘은 기회가 있으면 이란국경을 유린하기 위해 이란접경 이라크영내에 준군사기지를 설치해놓고 있다.
무자헤딘은 지난주 워싱턴등에서 여러번 성명을 통해 이라크내 키르쿠크 근처의 기지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점령되었으나 곧 탈환되었다고 밝힘으로써 이란의 빈번한 이라크 국경공격을 확인했다.
이라크는 국경충돌을 야기하는 이란 혁명수비대에 대응하고 있고 반군을 추격,이란영내를 침입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라크가 가장 주시하고 있는 것은 이란이 걸프전때 이란으로 탈출한 이라크 전투기와 민간항공기를 압수키로 한 조치다.
이란은 이들 전투기들을 전쟁중엔 반환치 않을 것임을 밝혔다가 최근엔 압수결정을 내려 페인트칠을 다시 해 이란공군과 이란항공으로 편입시키고 있다.
걸프전 당시 이란으로 탈출한 이라크 비행기는 1백50여대로 추정되고 있다.
이란은 압수한 이라크전투기중 이란이 보유하거나 사용해보지 못했던 프랑스제 F­1미라주기등은 국제 무기시장에 내다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이라크에 국경충돌을 야기하고 이라크전투기들을 몰수키로 하는등 대 이라크 강경책을 쓰고 있는 것은 하셰미 라프산자니 이란 대통령이 걸프전 종전 후 이라크 회교시아파들에게 반후세인 봉기를 부추겼다가 이들을 적극 지원하지 않은데 따라 국내에서 강력한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미정부 관리들은 분석하고 있다.
라프산자니의 이같은 강경책은 또 이라크의 전략군사력이 걸프전으로 황폐화한 틈을 타 과거 8년전쟁의 보복을 해야 한다는 이란내 반이라크 강경분위기도 지적되고 있다.
이란의 이같은 전략에 이라크가 전쟁으로 맞설지는 아직 속단할 수 없으나 여러 징후들로 볼때 이란­이라크간 긴장이 첨예화되고 있다고 미 고위관리들은 말하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가 유엔의 경제제재가 풀려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고 또다른 전쟁을 할 여력이 남아 있는지 여부가 이란­이라크간의 긴장이 전쟁으로 발전할지를 가늠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결코 친미가 아닌 이란이 걸프지역에서 패권을 추구하는 것을 원치 않음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이란­이라크 갈등은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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