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예방이냐 원료 확보냐/원진레이온 처리 진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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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민영화­계속 가동엔 합의/문닫으면 일서 인견사 수입 불가피/공매땐 건설사 인수 택지전용 유력
지난 81년 이후 10년째 법정관리중인 원진레이온이 조만간 새 주인을 맞게 될 것 같다.
상공부와 재무부·산은 등이 제3자 인수절차에 대해 의견이 다르지만 일단 이 회사를 민영화시켜 인견사 생산공장을 계속 돌린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상공부가 원진레이온의 섬유업계 공동인수방안을 들고 나오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인견사의 계속적인 국내생산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원진레이온은 현재 연간 1만1천t의 인견사를 생산,이중 2천t을 수출하고 나머지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국내 섬유업체의 인견사 수요는 연간 2만2천t으로 원진레이온이 국내수요의 40%를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
공장문을 닫을 경우 인견사 국내수요의 대부분을 일본에서 사와야되고 이렇게 되면 양복안감등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원료인 인견사를 거의 전량 일본에 의존하는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상공부가 특히 우려하고 있는 것은 공개입찰에 의해 인수자를 결정할 경우 미금시의 노른자위땅(15만평)을 노린 건설업체에 인수될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현재 산은이 관리하고 있는 원진레이온의 부채규모가 1천1백2억원에 이르지만 지난 89년 자산을 재평가한 결과 자산규모가 1천1백40억원으로 나타났다. 부채덩치가 자산과 거의 맞먹는 규모다.
미금시 도농동 소재 공장부지는 현재 공업용지로 돼있으나 공장이 이전하게 되면 주택용지로의 전용이 가능하고 이 경우 평당 1백만원만 잡아도 땅값만 1천5백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파트건설부지가 마땅치않은 건설업체가 눈독을 들이지않을 수 없는 것이다.
건설업체가 인견사공장을 다른 곳으로 옮겨 가동할 수도 있으나 원진레이온의 수익성이 좋지않아 결국은 공장가동을 포기할 것이라는게 상공부의 분석이다.
원진레이온은 지난 89년에는 매출액 4백2억원에 4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90년에는 매출액 4백10억원에 60억원의 적자를 나타내는등 적자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처럼 원진레이온이 적자를 면치못하고 있는 것은 경영부실에도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시설이 낡았기 때문이다.
원진레이온이 보유하고 있는 인견사설비는 지난 66년 인도에서 쓰던 일본산 중고기계를 들여온 것으로 제조된지 30년이 넘은 것이다.
일본에도 인견사 제조공장이 있으나 최신설비와 신공법에 의해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성도 높고 공해유발요인도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공장이전 및 신규투자에 따른 비용부담이다.
현재의 노후시설을 최신설비로 개체하기 위해서는 2천5백억∼3천억원 가량이 투자돼야 하는데 투자액에 비해 매출액이 너무 적어 선뜻 인수기업이 나서지 않는 것이다. 상공부는 그러나 섬유업계가 공통으로 인수할 경우 원료확보 측면에서 이점이 있는데다 경영만 정상화시키면 원진레이온이 회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진레이온은 과거에도 경쟁입찰을 통해 인수업체를 찾았으나 산은과 업체의 인수조건이 달라 난항을 겪어왔었다.
그동안 인수의사를 밝혔던 기업은 갑을방적 동국방직 동일방직 등이다.
한편 산은측은 『방직업체등 특정업체나 단체에 수의계약,또는 제한입찰하는 경우 「뒷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추후 자산을 재평가,공개경쟁입찰에 부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산은은 원진레이온에 대해 지원금등 9백억원의 채권을 갖고 있으며 자본금 50억원을 전액 출자하고 있다.
한편 공장이전에는 1천6백명에 이르는 종업원의 생계문제등이 걸려있어 원진레이온의 처리에는 적지않은 진통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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