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아현 웨딩드레스 점|60곳 밀집 "신데렐라 가꾸기" 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진주·크리스틀·구슬 레이스 등으로 장식한 화려한 웨딩드레스, 레이스나 구슬장식 없이 폭 넓은 주름을 잡아 간결한 멋을 살린 웨딩드레스 등 진열장마다 다양한 디자인의 웨딩드레스가 제멋을 뽐내고 있다.
서울 아현 역과 이대입구를 잇는 1km구간은 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웨딩드레스 판매 거리.
새색시의 순결을 상징하는 은 백의 웨딩드레스가 혼기를 앞둔 처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허름한 골동품상, 청바지 등 의류 판매상이 늘어섰던 이 거리에 웨딩드레스 판매 가게가 들어선 것은 지난 70년.
디자이너 박소영씨(57·여)가「시집가는 날」이란 상호를 내걸고 문을 열었다.
이후 점포가 하나 둘 늘기 시작, 현재는 60여 점포가 밀집한 국내 최대의 웨딩드레스 판매거리로 변모했다.
점포 임대료가 싼 데다 도심에서 가깝고 이화여대가 근처에 자리잡고 있는 3대 입지조건이 이 거리를 풍성하게 만든 것이다.
80년대 들어서는 종로3가·명동 등지에 있던 점포들도 이 거리로 이전, 지금은 더 이상 점포가 들어설 자리가 없을 정도.
웨딩드레스 판매 점포의 원조 격인「시집가는 날」은 89년 도로확장공사로 헐려 자취를 감추었으나 이 점포의 원주인이었던 박씨의 동생 경근씨(47) 부부가「고운 집」이란 상호로 명맥을 잇고 있다.
『품질에 비해 드레스 대여료가 싸 다는 게 장점이자 유일한 단점입니다』
명동에서 재단사로 일하다 6년 전 이곳으로 옮겨 점포를 하던 윤스 웨딩 윤학씨(44)의 설명.
맞춤 대여할 경우 30만∼60만원선, 단순 대여는 15만∼35만원이면 족하다.
명동 대여 비의 절반 수준이며 보통 예식장보다 5만∼10만원정도 싼 편이다.
상호가「그날」인 점포를 13년째 운영해 온 차현수씨(44·여)는『이 거리에 신부들이 몰리는 것은 드레스 대여료가 싸면서도 디자인·바느질솜씨·품질 등이 명동·강남 등지에 위치한 점포의 드레스와 비교할 때 결코 손색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차씨는『웨딩드레스의 디자인은 유행에 따라, 신부들의 선호에 따라 해마다, 철마다 바뀐다』고 했다.
지난해엔 꽃 장식과 화려한 무늬가 달린 드레스를 많이 찾았으나 올 봄엔 단순한 디자인, 가슴이 많이 팬 V자 네크, 연한 아이보리 색상의 드레스를 선호한다.
웨딩 드레스의 상징적인 디자인 요소처럼 인식돼 온 레이스와 구슬장식을 거의 쓰지 않고 심플하게 디자인한 형태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웨딩드레스의 전반적인 실루에트는 허리까지 꼭 맞고 그 밑부터는 넓게 퍼지는「핀트 앤 플레거」스타일이 주종을 이룬다.
일부 대담한 신부들은 치마폭이 좁고 목선이나 등 부분을 깊숙히 판 스타일을 선호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신부들은 노출하더라도 얇은 천으로 덧대 살짝 비치게만 하는 등 여전히 보수적 디자인을 즐기는 편』이라고 차씨는 전했다.
머리에 쓰는 베일은 한층 길어지는 편이며 한동안 쓰지 않던 왕관도 등장하고 있다.
심플한 디자인과는 반대로 소재는 고급스러워지는 경향. 합성 섬유가 아직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실크 노방이나 공단 등 1백% 자연섬유의 사용이 늘고 있다.
보통 5∼30평의 소규모 점포에 20∼60벌의 웨딩드레스와 약혼·파티·연주 복 등 이 함께 갖추어져 있다.
이중 한미 웨딩전시장은 남성용 턱시도·모닝코트 등 예복을 대여하는 청일 점 점포. 최근 들어 신랑들의 예복사용이 늘면서 성업중이다.
지난해부터는 임대료가 폭등, 18평 짜리 점포를 얻는데도 전세금만 1억 원, 권리금도 3천만∼4천만원이나 된다.
때문에 최근 들어 임대료 감당이 힘들어지자 20여 개 점포가 가게를 내놓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한경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