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음악교육 자정 바람 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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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학부모 "적극 환영">
예능계 학교인 계원여고에서 개인 레슨 비를 시간당 3만원씩으로 하자고 정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권장하자 학부모들은 일단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이나 이 학교에 출강하며 개인레슨을 맡고 있던 일부 대학교수나 강사들은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해 그 성과는 미지수.
계원여고의 이같은 결정은 지난해 대학 부정입학사건으로 표면화된 음악교육계의 자정을 위한 노력의 하나로 제시된 것인데 현실의 두터운 벽이 금방 드러나고 있어 실효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

<레슨 비 천차만별>
지난 학기까지 공식적인 개인 레슨 비로 제시된 금액은 월6만원(매주 1회 1시간기준). 그러나 이를 실제로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한시간에 최소 5만원에서 20여 만원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시간당 3만원으로 개인 레슨 비를 정할 움직임을 보이자『그 정도로는 레슨 할 수 없다』는 반발이 나왔고 학교측은『그렇다면 그들의 출강을 막겠다』고 까지 하면서 합리적 레슨 비 정착을 위한 강한 실천의지를 보였다.

<"출강자체 막아야">
계원여고 측의 결정에 대해 그 성과를 기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학부모의 레슨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뿐더러 고액 레슨 비와 입시가 연결되는 부정이 계속될 소지도 크게 줄일 수 있으리라는 것이 낙관하는 측의 이야기.
그러나 현재와 같은 과열된 입시풍토에서 과연 새로 제시된 공식적 레슨비가 통하겠느냐는 의문도 크다. 더 많은 돈을 내고라도 대학입시 실기 채점에 좀더 영향력 있는 대학교수나 강사들로부터 개인 레슨을 받게 하려는 일부 학부모들의 의식이 바뀌어졌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음대 입시 부정을 막는 것이 주목적이라면 대학교수나 대학 시간강사들의 예고출강과 개인레슨을 원칙적으로 막는 것이다. 시급하고 효과적인 조치』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교육부가 92학년도부터 실시키로 한 예능계 대학입시 제도 개선 안에 따르면 실기시험채점 위원의 절반을 자체 대학교수들이 맡게 돼 있어 심사위원이 더욱 노출된 터에 대학 교수나 강사들의 예고 출강은「확실한 부정 통로」가 되기 십상이라는 것.

<음악인 반성 미흡>
어쨌든『진짜 큰 부정을 저지르는 원로급들은 털끝도 건드리지 않고「피라미 급」밖에 안 되는 몇몇 음악인만 구속한 채 전대미문의 음대입시 부정 사건을 덮어 버린 정부 당국도 한심하지만, 이렇다 할 반성이나 새로운 각오를 전혀 내비치지 않는 음악인들은 더욱 괘씸하다』는 분위기에서 계원예고가 나름대로 어려운 결정을 내린 점은 일단 높이 살 만하다는 것이 음악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와 함께 서울예고·선화 예고 등 예능계 지망생들을 교육하는 소위 명문예고에서도 학생이나 학부모의 빗나간 예능계 입시전략을 바로잡아 예능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좀더 사려 깊고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소리가 높다. 예능교육계의 속사정을 갈 아는 예고야말로 최선의 처방을 내놓을 수 있는 입장이 아니냐는 것이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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